어쨌든 이렇게 부부와 같이 상담을 해 주다보니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대부분의 아내들이 그 금액이 많든 적든 어느 규모 이상으로 비자금을 갖고 있는데 반해 반 수 정도의 남편들은 빚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이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점장님, 제가 가진 이 비자금은요, 말 그대로 비상시에 사용할 비상금이에요. 그러니까 애기 아빠한테는 절대 이야기 하지 마세요. 저만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남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점장님, 제가 가진 이 빚은요, 집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절대로 집사람한테는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집사람이 제가 빚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절대 말씀하시면 안 돼요”라고 신신당부한다.
더 웃긴(?) 사실은 아내가 가지고 있는 비자금은 이자가 5%인 반면 남편이 가지고 있는 빚은 이자가 15%라는 사실이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아내가 가지고 있는 비자금으로 남편의 빚을 갚아준다면 10%의 이자가 그냥 생기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기회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 빚 있다면 커밍아웃하라!
특히 맞벌이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본인은 소비생활에만 힘쓴다. 남편은 남편대로 ‘내 마누라가 돈 잘 버는데, 뭘. 자기가 알아서 돈 좀 모으고 있겠지’하며 돈을 헤프게 사용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내 남편이 돈 잘 버니까 내가 번 돈 내가 좀 사용해도 무슨 일 있겠어?’하며 소비를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밑 빠진 독 생각이 났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부자가 되는 길은 아내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남편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아내는 어떻게든 한 번 돈을 만들어 보겠다고 땀을 흘리는데 남편은 고급술집에서 돈을 펑펑 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남편은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있는데 아내가 비싼 옷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산다면 그 또한 어떻게 되겠는가?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독자 분들 중에 빚이 있는 경우는 아내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새 출발 해야 한다. 물론 아내에게 많은 구박을 당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빚이라고 하는 것은 가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크게 불어난 빚으로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내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
◆ 남성, 술과 주식이 원수(?)
사실 남자들이 아내 몰래 빚을 지는 경우의 대부분은 술과 주식 때문이다. 남자직원끼리 분위기에 휩싸여 고급술집에 가서 엔 분의 1(1/n)로 나누는 경우, 그 돈을 아내에게 달라고 하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할 수 없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대출을 받거나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빚의 규모는 점점 늘어난다.
빚이 생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내 몰래 주식을 하는 경우다. 주식투자를 해서 수익이 나면 다행이련만 몰래 하는 주식은 꼭 손해를 본다. 그래서 그 손실금을 메우려다 보니 자연스레 빚이 늘어나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아내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일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용서를 구할 수밖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성독자 분이라면 오늘 저녁 남편에게 넌지시 물어보자. 혹시 당신 빚 있느냐고. 그런데 물어볼 때 잘 물어봐야 한다. 남편이 피곤에 절은 몸으로 귀가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윽박지르듯이 물어본다면 남편은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백하는 남자는 없다. 일단 저녁을 먹인 다음 집을 벗어나서 산책을 해 보자.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자동차 급브레이크 소리고 두 번째는 아내의 잔소리다. 아내의 잔소리란 아내가 집 안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다. 그래서 집을 벗어나라는 이야기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빚이 있냐고 물어보자.
아내가 차분히 이야기하면 남편들은 기본적으로 당황한다. 이 여자가 왜 이럴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무슨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머뭇거릴 것이다. 이럴 때 혹시 빚이 있으면 갚아주겠노라고 이야기하자. 그렇게 남편의 고백을 이끌어낸 다음에는 다시 새롭게 새 출발해야 한다.
◆ 아내에게 맡겨라
최근 젊은 부자들 특징은 부부간에 경제적인 비밀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가 서로의 재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토론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부부 중 한 명이 주(主)가 돼 돈을 한꺼번에 같이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일전에 어느 은행에서 한 앙케트를 봤더니 은행원 중에 집이 있는 은행원은 대부분이 여자들이 돈을 관리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돈을 관리하는 은행원들도 아내에게 돈을 맡긴다는 이야기다.
실제, 여자들이 돈을 관리하는 데는 남자들보다 더 우위인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정보가 풍부하다. 직장을 중심으로 반경 1킬로미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직장과 가정과 자녀의 학교를 중심으로 무궁무진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이런 네트워크는 남자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특징 중 하나다.
여기에 과감성도 남자보다 뛰어나다. 남자들은 뭐 좀 안다고 머뭇거리고 망설일 때 여자들은 과감하게 내지른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내지름은 잘 맞아 떨어진다.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내에게 돈을 맡기면 여러 가지로 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복잡한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내가 모든 것을 다 관리해주니 그냥 월급만 꼬박꼬박 갖다 바치면 된다. 두 번째 여자의 육감과 정보에 의한 재테크가 성공할 경우 그 부(富)를 같이 나눌 수 있어 편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의 재테크가 실패했을 경우다. 설령 아내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남편은 평생 아내의 위에서 군림(?)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교보증권 광명지점장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