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은행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은행 협상테이블에선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던 게 특징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됐던 공동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관련 안건이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만큼 당연한 귀결이란 반응도 나온다.
포문은 지극히 원론적 합의만 이뤄지긴 했지만 우리은행이 비정규직 3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결과로 열렸다.
이어 22일 외환은행의 노사는 당초 거론된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비정규직은 대폭 인상하는 내용보다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의 총액임금 10%, 정규직의 총액임금의 3.2% 인상에 합의했다.
외환은행이 3분기까지 98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결산에서 순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동안의 경영성과에 힘입어 당초보다 유리하게 협상이 타결됐다.
비록 우리은행의 타결 결과에 밀리긴 했지만 임단협의 핵심의제로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정한 끝에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만큼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의 중심에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에 차지한 것은 은행권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임금인상 외에 미사용 생리휴가 수당과 특별보너스, 로즈보너스 등을 지급키로 했다.
미사용 생리휴가는 지난 2002년6월부터 2004년6월까지 사용하지 않은 생리휴가 근로수당이고, 특별보너스는 월기본급여에서 몇몇 항목을 제외한 금액의 50%선에서 지급된다. 로즈 보너스는 월기본급여의 125%선에서 주가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지난해 7월 도입했고, 주당 1만4400원의 ‘로즈 프라이스’를 제시하고 2년후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하나은행 노사도 지난 22일 비정규직은 총액임금의 7.25%, 정규직은 총액임금의 2.9%를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맞춰 육아휴직때 지급하던 금여를 기준급의 30%에서 50%로 올렸다. 불임치료에 대해서도 연 1백만원까지 회사에서 지급한다.
비정규직의 경조사휴가를 정규직 수준으로 조정했고, 직원이 부모를 부양할 경우 전세금을 10% 추가 지원하는 것도 실시한다. 하나은행 인력지원부 이종찬 팀장은 “이번 임단협의 특징은 비정규직 지원과 육아 및 장애인 지원 제도 개선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임금인상 2.9%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단협을 끝냈다. 비정규직에 대한 직접적인 임금인상은 합의하지 않았지만, 처우개선으로 임금인상을 대체했다. 조금과 건강진단 비용 및 의료비와 학자금 등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받도록 했다. 또 재해보상, 부조지원 및 육아 불임 휴직시 건강보험료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했다. 정규직의 경우 임금인상 수준을 높게 하지 않는 대신 중식비 10만원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임금인상효과를 보도록 했다. 직무가 승격돼도 임금이 따라 오르지 않는 폐단을 개선키 위해 직원들의 해당업무에 따라 임금을 제공하는 직무급을 해지했다. 직무급 승격 연차에 따라 임금 보수가 책정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의 임단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블럭 리브’로 불리는 새로운 휴가제도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보편화된 것으로 사용하기로 돼 있는 휴가를 한번에 몰아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연중 정해져 있는 휴가일수를 한번에 몰아쳐 사용하면 된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내은행에서는 처음 도입하는 것으로 이번 임단협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노사는 직원들의 다른 은행보다 높은 총급여인상률을 4.7%로 합의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