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파급효과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찬반양론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은 연구원은 특히 “현실적으로 금융산업의 국제경쟁체제에서 기업 비용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일단 이번 합의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임금에 대해서는 “물론 이중 임금체계로 인해 기존의 비정규직은 승진이 어렵고 근속년수가 올라가도 연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생애임금 체계에 입각해 초년기 적은 임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올라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승진과 관련해 “직무전환체계 마련으로 승진의 기회를 할당하거나 기존의 정규직의 임금체계까지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외면하지 않은 이해와 양보의 성과”라며 “향후 정규직 전환에 따른 효과를 기업에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업계 일단 관망=증권사들은 지난달 비정규직 법안 통과 이후 차별시정 기준마련과 기간제 제한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이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아직 공론화 단계는 아니지만 추이를 살펴보며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A증권사 인사담당자는 “현재 비정규직법이 국회에서 통과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것은 없다”며 “은행·보험업계와는 구조와 업무형태 및 실태가 상당 부분 다른 점이 존재하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거론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정규직’이라는 명칭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증권업계에서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절차 등을 고려해 일정에 맞춰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자본시장통합법과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관할 노동위원회의 차별판단 기준 논의결과와 기간제근로 기간제한(2년)의 전문직 특례 인정에 관한 규정 등 이후의 시행령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C증권사 인사팀장은 “우리은행 노사 합의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에도 일정정도의 업무 기한이 지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원활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노조 “증권업 성차별 충격적”=반면 증권산업노조는 ‘비정규직’은 물론 ‘성차별’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증권노조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업무가 성별에 따라 분리돼 있다”며 “전체 약 40%에 가까운 여성노동자들의 승진과 임금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의 사례에 대한 질문에도 ‘반(半)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임금에 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용만 보장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이어 “직군제 반대·여성 차별에 대한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1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직급별 남녀비율 현황에서 △부장급 1010:10 △차장급 2081:34 △과장급 2329:223명 △대리급 2412:795으로 불균형이 심각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직급체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비율은 급격하게 낮아졌다. 고용형태별 초임 격차에서도 회사별 차이가 있지만 17개 기업 평균을 보면 정규직 남성의 초임을 기준 100으로 했을때 정규직 여성 66.6, 비정규직 38.1에 불과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