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은행 생활에 얼비친 기대 또는 소망과 냉정한 현실사이의 괴리라고 보기엔 새겨볼 만한 내용이 많다는 반응들이다.
이번 결과에선 제일 듣기 싫은 말로 “이 정도 밖에 안돼?”가 꼽혔고 제일 듣고 싶은 말은 “고생 많았지? 수고했어”라는 말이 올랐다.
옛 한미은행 노조는 지난 9월 직원 2550명을 대상으로 부점장급 이상과 경영진에 대한 직원의식동향(상향식평가) 조사 결과를 지난 7일부터 10탄에 이르는 시리즈로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1탄과 2탄은 상사에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로 꾸려져 폭넓은 공감대 형성과 동시에 상사들로선 뜨끔한 심정으로 계면쩍어 할 내용들이 망라됐다.
옛 한미은행 출신인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은 상사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로 ‘이 정도 밖에 안돼?’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너!~’ 또는 ‘당신~’이랑 호칭과 함께 일방적으로 ‘OO해’라는 식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내가 못 도와줘서 미안해. 우리 같이 열심해 보자’ 혹은 ‘OO씨 이것좀 부탁해요’라는 바른말 고운말 표현도 덧붙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3위는 ‘그것도 몰라?’가 꼽혔고 이 때엔 ‘이건 규정시스템 여신분야의 여신업무세칙에서 찾아볼 수 있어’라고 말하길 충고했다.
4위는 ‘밥값 좀 해라’가, 5위는 ‘하는 게 도대체 뭐야?’가 차지했다.
6위와 7위는 잦은 캠페인에 시달리는 영업점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실적이 왜 이래?’와 ‘다른 지점·직원 좀 봐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그냥 시키는대로 해!’ ‘생각 좀 하고 해’ ‘무조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야근 좀 하지’ ‘은행원이 약속이 어딨어?’ ‘오늘까지 해라’ ‘내가 당신만 할 때는~’ ‘전결권자 나 맞어?’ 등 은행원들이 느낄 수 있는 고충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반면 제일 듣고 싶은 말로는 ‘고생 많았지? 수고했어’가 단연 1위로 꼽혔다.
2위와 3위는 각각 ‘능력 있어. 일 잘 하는데’, ‘자넨 꼭 필요한 인재야. 최고야!’ 4위는 ‘자넬 믿어’가 꼽혀 직원들을 믿고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우리 같이 열심히 하자’, ‘과정이 중요한 거지’ ‘자네 덕분이야’가 각각 5,6,7위로 꼽혔다.
8위는 ‘술 한잔 사줄게. 맛 나는 거 사줄까?’, 9위는 ‘건강 생각하면서 일해라’ 였고 10위는 ‘일찍 퇴근합시다’로 조사됐다.
한미노조는 이밖에 3~4탄으로 본받고 싶은 상사와 본받고 싶지 않은 상사 시리즈를 준비중이다. 4탄까지는 트렌드를 알아보는 주관식 설문이었다면 앞으로 직원들에 한해서만 공개되는 5탄부터는 개별 경영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량화된 평가 결과를 실을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미노조의 이번 상향식 평가는 총 25개 문항으로 진행됐으며 해당 직원의 3단계 윗 상사까지에 대한 평가로 이뤄졌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