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행들의 등급 상향 사례를 보면 단기등급은 최고인데 반해 여전히 은행건전성등급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고 국가신용등급도 외환위기 전 수준보다 낮아 앞으로 이들 등급의 상향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무디스 신용등급이 지난 8월 ‘Baa3’에서 ‘Baa2’로 상향된데 이어 최근 또다시 ‘Baa1’으로 상향 조정된 것을 비롯, 하반기 들어 장·단기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림 참조〉
지난 8월 무디스는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장기등급을 ‘Baa1’에서 A3로 상향했으며 산업, 수출입, 기업, 농협, 국민, 신한, 하나, 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단기등급을 각각 ‘P-1’, ‘P-2’로 올렸다.
대부분 장기등급 보다는 단기등급을 중심으로 상향이 이뤄졌다.
특히 최근 무디스가 상향조정한 9개 은행의 단기신용등급은 P-1으로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
S&P도 산은 수출입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엔 최고등급인 A-1을 부여하는 등 사상 최고수준의 단기신용등급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최고 수준의 단기신용등급과 달리 무디스가 평가한 은행 재정건전성등급(BFSR)은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어서 탈출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이인우 부장은 “보통 신용등급은 장·단기가 균형있게 움직여야 한다”며 “은행 재정건전성은 낮게 보면서도 단기신용등급은 사상최대 수준인데 앞으로 국가신용등급을 올리지 않고서는 은행 장기등급 상향은 쉽지 않다”고 해석했다.
현재 무디스가 평가한 국내은행의 재정건전성등급은 산업 기업 농협 외환은행이 D-, 국민 신한 하나 우리 SC제일 한국씨티은행이 D+로 A~E등급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재정건전성 등급은 신용등급 평가때 기본이 되는 요소 중 하나다.
게다가 대부분 은행들의 장기등급이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등급이어서 국가등급이 상향되지 않는 한 은행등급 또한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은행권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가 신용등급의 경우 외환위기 직전과 현재의 GDP, 산업경쟁력, 경제인프라 등을 비교할 때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재 무디스와 S&P등급은 각각 A3와 A에 불과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직전 만해도 각각 A1과 AA-로 현재보다 모두 두 단계 높았었다.
그렇다고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은행들에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할 가능성엔 대부분이 회의적인 평가다.
물론 무디스의 경우 삼성전자나 한국전력, SK텔레콤, 포스코 등 일부 초우량기업에 대해 국가신용등급 보다 높은 A1과 A2를 부여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에도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한 담당자는 “금융기관의 경우 사실 외환위기 당시 원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여러 지표로 볼 때 국가신용등급을 높이는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부와 같은 신용등급을 보유함에 따라 앞으로 국가등급도 추가 상향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는 데엔 긍정적인 평가다.
결국 국가신용등급과 최하위권의 재무건전성 등급의 조정으로 은행들의 장기등급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산업은행의 이성준 이사는 지난 11일 미국의 무디스 본사를 방문, 한국의 레이팅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마호니 수석부사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IMF총회 때엔 김창록 총재가 S&P의 오가와 다카히라 신용평가담당 이사와 면담을 통해 한국의 경제상황 등을 설명하고 신용등급 상향을 피력할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최근 무디스 신용등급 변화>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