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장수하는 CIO의 면면을 살펴보면 IT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기술 전문 인력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IT 부서의 업무가 다른 금융업무나 지원업무와는 확연히 다른 전문 영역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업 출신의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인수 상무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 IT 전공자로 10년째 IT 부서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는 CIO 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 상무는 “기업금융 분야 6년을 포함해 소매영업, 리서치 업무 등 각종 현업 업무를 담당했으며 IT 부서에 지원하거나 한 일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던 정 상무가 CIO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그러나 IT 부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95년이다.
그룹사 종합조정실에서 95년에 동양종금증권 MIS(전산기획)팀 팀장으로 발령받았다. 다소 ‘의외의’ 인사로 정 상무는 정보기술 관련 엔지니어 등이 모인 IT 부서에서 근무하게 됐다.
CIO가 되기까지 시스템 플랫폼 전환, 네트웍 환경의 TCP/IP 전환 등 용어마저 생소한 전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했다. 이후 2002년 현업부서 출신으로 CIO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현재 정 상무는 IT 부서의 조직 체계 변화에 앞장서 나가고 있는 증권업계 CIO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상무가 CIO를 맡은 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새로운 변화는 다름 아닌 IT 부서 직무제 도입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2004년 증권업계 IT 부서 중에서는 가장 먼저 IT 직무제를 도입했다.
“IT 부서의 업무가 다르고 부서 내부에서도 각자의 역할, 가치가 달라 이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라도 직무제가 필요하다”는 정 상무의 지론처럼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던 직원의 업무를 각자 역할에 따라 구분하기 시작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직무제 도입 이후 SLA 지수를 평가 중 장애 평가에서 장애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꼭 직무제 때문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직무제도 한 원인이 된 것. 정 상무는 “다양한 원인들이 장애율 감소에 작용하겠지만 직무제가 이 중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 직무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배경에 대해 온라인 트레이딩 증권에 대한 활황이 원인이 됐다.
지난 99년 온라인 트레이딩이 크게 발전하면서 IT 부서 인력은 급격하게 늘었다.
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들어온 신입직원이 처음 대리로 승진하게 된 2002년 말 다른 파트보다 승진이 많았던 것.
그러나 하는 업무는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직무에 따른 가치를 부여하는 직무제 도입을 하게 됐다.
직무제는 동양종금증권 이후 최근 현대증권에 이르기까지 많은 증권사에서 검토되고 도입 이 진행 중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2004년 직무제 정의 이후 최근 유지보수방법론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지보수방법론의 정착이 직무제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에 올해는 이 부문에 역점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 상무는 “그동안은 직무제를 머리로만 생각했다면 올해부터는 몸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며 “유지보수방법론 도입 등 프로세스 정비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면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현업부서 출신 CIO로 직무제 도입 등 IT 부서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정비 등을 먼저 실천하고 있다.
이는 IT 부서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IT 부서는 타 부서에 비해 협업이 더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느꼈다는 정 상무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정 상무는 이런 의미에서 향후에도 변혁과 혁신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으로 IT아웃소싱 등 신기술에 누구보다 더 관심이 많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