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지난 오늘(20일) 옛 제일은행 노동조합이 집회를 연다. 오는 8월말이나 9월초부터는 준법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태업 등의 방식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고 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측은 제일은행을 인수했을 때부터 토착화 현지화를 그 누구보다 강조했고 이런 국내 분위기를 반영해 SCB서울지점과 제일은행이 합쳐진 통합은행명도 SC제일은행으로 했다.
금융계, 노조, 그리고 기자의 기대가 커서였을까.
현재 SC제일은행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씨티은행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사간 불협화음의 이유도 한국씨티은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이 토착화, 독립경영 등의 이슈로 옛 한미은행 노조와 1년 넘게 갈등 국면에 있었고 그 결과 1년 동안 공회전만 거듭했다. 다른 은행들이 자산을 늘리고 성장하고 있는 사이 씨티은행은 개인고객은 물론이고 기업고객들도 빠져나갔고 실적도 형편없었다. 기업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SC제일은행측도 처음에 씨티은행의 이런 분위기를 익히 봤던 터라 토착화를 강조했던 것일게다.
그러나 실상 국내 영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SCB식의 경영기법을 국내에 적용하려는 점은 불과 1년전의 씨티은행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당초 80여개에 불과한 제일은행 본점 조직은 현재 무려 196개로 쪼개져 있고 부작용으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대출모집인을 1100여명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업을 세부적으로 나눠 상품별로 전담SF(세일즈 포스)를 두고 밸류센터의 통제를 받는 등의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등으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은행에서 20%가 넘는 고금리 신용대출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토착화의 의미를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기자가 SC제일은행에서 봤던 사물놀이만 두 번이다.
이것이 SCB측의 ‘쇼’가 아닌 토착화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길 바란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 1년간의 모습은 SC제일은행은 물론이고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관들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교훈으로 되새겼으면 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