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노사협의 과정에서 DSR이라 불리는 대출모집인을 일방적으로 확대하고 전담SF조직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갈등의 원인이 국내 금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경영기법의 도입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선 한국씨티은행의 지난 1년여간의 노사갈등과 다르지 않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노사간에 대출모집인 확대운영과 밸류센터별 전담SF(Sales Force)제 도입 등에 대한 협의 진행 과정에서 은행측이 일방적으로 대출모집인을 확대하고 전담SF제 도입을 추진한 것이 포착되면서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담SF제도는 영업을 가계 기업, 여신 수신, 더 세부적으로는 모기지론 중소기업신용대출 등 상품별로 전담SF를 배치하고 기존의 영업점이 아닌 독립사업부제 개념인 밸류센터의 통제를 받게 된다. 기존 영업점 내부에서 영업인력들을 총괄 관리했던 구조와 상이하다.
노조는 이 제도가 업무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방해하고 각 은행들이 지향하는 종합금융서비스나 원스탑뱅킹을 시현하기에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에서 반대해왔다.
당초 은행은 전담SF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지난달에 ‘중소기업 분할 상환대출(BIL)’ 판매를 위한 전담SF 10여명을 배치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스피드 무역금융(ETS)’ 전담SF를 배치했다가 두 번 모두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해당 부행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노사합의로 대출모집인(DSR)을 최고 680명까지만 둘 수 있도록 한 바 있으나 이 역시 협의 없이 1100여명까지 늘렸다고 옛 제일은행 노조측은 전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300여개에 달하는 영업점 네트워크 중심의 영업이 아니라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활용했던 반짝 실적 위주의 모집인 중심 영업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20%가 넘는 금리를 적용하는 고금리 신용대출 상품도 은행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들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계없이 모집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팔고 있다.
이밖에 지난 4월 노사 공동의 워크샵을 통해 논의됐던 본점 부서 비대화, 자동화기기 축소 등의 문제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SCB에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제일은행의 본점 부서는 80여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무려 196개까지 쪼개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런던을 거치는 의사결정의 비효율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측은 당초 토착경영의 약속과 달리 일방적으로 국내 영업환경에 맞지 않는 SCB식의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오는 20일 집회를 기점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0일 서울,경인지역 조합원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본점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이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했다.
당초 토착화에 대한 강한의지를 표명하며 출범해 SCB와 한국식 모델이 현지화를 거쳐 적절히 융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SC제일 출범 1년여 만에 노사갈등으로 무너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같은 이유로 지난 1년여간 ‘거동불능’에 빠졌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