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협정에 따라 투기자본마저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처럼 금융의 투기화와 제2,제3의 론스타 사태가 속출해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양재동 aT센터에서 ‘한미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진시원 부산대학교 교수와 이병천 강원대학교 교수는 외국인투자 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만은 국내 서비스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입장에서 급격한 개방보다는 단계적 개방을 주문했다.
우선 진시원 교수는 ‘한미FTA와 우리나라 외국인투자 구조의 문제점’이라는 발표문에서 “한미FTA는 우리나라 외국인투자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 분명해 보이며 투자조약을 무모하리만큼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한미FTA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협상체결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더라도 어떤 투자가 증가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것이 외국인포트폴리오투자(FPI) 위주이고 이 중에서도 채권이 아니라 증권 중심 투자라면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증가하더라도 그것이 공장설립형이 아니고 론스타나 칼라일과 같은 투기자본의 인수합병형이라면 역시 문제”라며 “한미FTA는 우리나라 금융과 자본시장 및 서비스시장에 대한 무제한적 이용권을 미국자본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004년 현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FDI는 21%에 불과하지만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FPI는 51.1%로 높아 FPI가 외국인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같은 해 FPI 중 주식투자는 1719억불에 달하지만 비교적 장기적인 투자인 채권투자는 약 31억불로 주식투자가 압도적인 비율로 우세하다.
즉 한국의 외국인 투자 구조는 대부분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들로 구성됐다고 풀이했다.
진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구조는 과잉 개방돼있고 투기자본과 단기자본에 철저히 벗겨진 채로 노출돼 있다”며 “미국은 또 한미FTA를 기회삼아 미국투자자를 보호하고 한국경제의 남아 있는 노른자위를 준독과점식으로 시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는 정부의 감시 규제 감독 관리 기능을 일거에 무력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너무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서비스업 관련 이슈에서 이병천 교수는 ‘한미FTA의 함정과 위험’이라는 주제의 발표문을 통해 “한미FTA로 서비스 분야에서 신규 외국인투자가 대량으로 유입되고 또 그것이 한국 서비스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론적, 현실적으로 근거가 박약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신규투자보다 M&A가 주로 나타날 ‘반투자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금융의 투기화와 종속화 현상이 심화되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가 나오더라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방과 자유화 확대는 금융당국의 허약한 규제력을 넘어섬에 따라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더 나아가 거시경제의 대미 동조화 및 종속화의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송영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팀 연구위원은 “한미FTA를 통한 시장과 경쟁의 확대는 현재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통신 금융 운수서비스 등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단, “법률 금융 등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급격한 시장개방이 국내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어 단계적 개방으로 개방속도를 조절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칠레 호주 등과 체결한 수준에서 국경간 금융서비스 거래를 요구할 경우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에 포함시키지 않은 자동차보험 등 일부 손해보험 등을 포함할 경우 국내금융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금융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금융시장 발전과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조치인 반면 그런 금융상품을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도 내다봤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