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력성장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데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다이렉트뱅킹 실현 이전에 금융실명법과 국내 금융환경 등에 비춰 ‘반쪽 다이렉트뱅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이렉트뱅킹은 지점 없이 인터넷과 전화만으로 은행 영업을 하는 것으로 ‘인터넷은행’ 혹은 ‘온라인 전용은행’ 이라고도 불린다.
HSBC가 자력성장 전략을 선택한 후 네트워크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과 제휴를 통해 영업점에서 고객이 HSBC계좌를 만들면 HSBC측이 해당 저축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당시엔 해당 저축은행 측에서 큰 이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 제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금융실명법 때문에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다른 금융기관과의 제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금융실명법은 실제 대면을 통한 실명확인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2금융권 등과 제휴해 계좌를 개설하는 것 역시 금융실명법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HSBC는 직접 직원이 방문하는 방법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효율성 등 당초 다이렉트 뱅킹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방안이어서 다이렉트뱅킹 전략의 전면 재수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이 경우 감독당국에서는 내부통제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어 실제 허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결국 은행 직원이 방문해서 하는 방법 뿐인데 이 과정에서 사고의 염려도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같은 감독당국의 시각은 최근 HSBC의 펀드 및 예금모집인들이 고객 돈을 유용하는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금융계는 해석했다.
물론 은행 직원과 직원이 아닌 모집인의 위상은 다르겠지만 비슷한 영업 및 업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허용된다고 해도 국내 은행들이 온라인 및 인터넷뱅킹이 워낙 발달했고 점포가 많지 않은 미국과 달리 좁은 지역에 점포가 밀집돼 있다. 따라서 곧바로 영업점에 가면 될 입장에 있는 고객들이 굳이 필요성을 절감하지는 못할 것으로 은행권 담당자들은 내다봤다.
또 인터넷뱅크가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금리 경쟁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아직은 외국계은행의 본점 자본금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다.
HSBC는 그동안 자력성장을 위해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했으나 정부 및 감독당국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어렵게 된데 이어 지점 설립도 지난해 3개 말고는 답보상태다.
모집인을 활용하는 방안조차 최근의 잇따른 사고로 여의치 않다.
자력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네트워크의 수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두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