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의 ‘제살 깍아먹기’ 우려와 ‘턱없이 낮은 판매수수료율’로 인한 설계사들의 외면속에 설계사 펀드 판매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펀드 판매허용을 코앞에 둔 현재 이를 준비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미래에셋생명 뿐 타 보험사들은 판매여부조차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몇몇 외국계 생보사들의 경우에는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쪽으로 이미 내부결정을 내린 상태이다.
보험설계사들의 펀드 판매가 전면 허용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보험설계사에게 간접투자증권의 취득권유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달 중 공표·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펀드 판매준비 ‘강건너 불구경’
그러나 보험설계사의 펀드 판매허용이 급진전된 것과는 달리 이를 준비하는 보험업계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현재 펀드 판매를 준비하는 곳은 생보에선 미래에셋생명, 손보에선 삼성화재 단 두곳 뿐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미래에셋그룹의 펀드판매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으로, 업계 최초로 금융플라자를 보험창구에 개설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후 금융플라자를 3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 펀드판매를 위해 보험연수원에서 4000여명의 설계사가 교육을 마치고 준비중이다.
삼성화재도 설계사 펀드판매 허용과 관련해 이미 최종 검토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삼성화재는 퇴직연금 판매 유경험 RC(위험관리 컨설턴트)로 판매 자격을 제한하고 초창기 개인고객보다는 법인고객 위주의 영업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양사가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반면 대다수 보험사들은 설계사 펀드판매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동부화재와 같이 설계사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 곳도 있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펀드판매 여부조차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우선 미래에셋이나 삼성화재의 실적을 살펴보고 판매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일부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에는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결정이 난 상태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이 검토중이지 현재 설계사 펀드판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초기 시장결과를 검증한 후 뛰어들어도 늦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에 사업비를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 보험사, ‘제살깍아 먹기’ 우려깊다
보험사들이 설계사 펀드판매 준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미검증된 펀드판매 채산성 때문이다.
현행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은 실제 현장에서 펀드판매가 불가한 상황으로, 설계사가 펀드상품을 권유해도 가입를 위해선 고객이 직접 보험사 지점을 찾아 가입해야 한다.
이러한 판매방식으로 인해 보험설계사의 펀드판매를 위해선 지점의 영업망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당장 영업망 확충을 위해 투입되는 사업비 대비 펀드판매 이익이 적다는 점이 보험사들의 펀드판매 준비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보험사들의 ‘제살깍아 먹기’ 우려 때문이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보험상품에 비해 펀드상품이 판매가 수월하다보니 이로 인해 판매상품의 중심이 보험상품에서 펀드상품으로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펀드판매를 위해 설계사들이 시간을 투자할 경우 보험상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을 파는 곳이지 펀드판매사가 아니다”면서 “극단적으로 보면 보험설계사가 보험상품보다는 판매가 손쉬운 펀드상품 위주로 영업을 할 수 있고, 결국 보험사는 펀드운영사의 판매대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설계사, “판매수당 낮다” 외면
보험사들의 미온적 태도에 펀드판매의 실질적 수혜자인 보험설계사들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초기 ‘펀드판매 허용’이 발표됐을 당시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보험설계사들이 펀드판매를 외면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보험상품 판매에 비해 턱없이 낮은 판매수수료율과 펀드판매로 인한 리스크 때문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수익증권 판매로 고객에게 받는 수수료율은 약 2.5~3%선으로 이중 30%는 운용사로, 70%는 판매사로 분배되고 있다. 즉 고객에게 판매한 펀드가격의 1.75~2.1%가 판매사의 수익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또 판매사의 경우 기타 사업비를 제하면 실제로 판매수당으로 지급되는 것은 더욱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보험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받는 판매수당은 자동차보험의 경우 약 6~7%, 통합보험 및 일부 고가보험상품의 경우에는 약 15~20%선으로 펀드판매수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한 보험사 매니저는 “국내 보험설계사들이 받는 판매수당은 미국의 4배정도”라며 “이를 바꿔 말하면 그만큼 국내 설계사들에게는 판매수당이 제일 목표라는 말인데 누가 똑같은 시간을 들여 판매수당이 적은 펀드를 팔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수당과 함께 설계사들이 펀드상품 권유에 대해 갖는 부담감도 상당히 큰 상황이다. 한 설계사는 “펀드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졌을 경우 고객이 클레임을 거는 것은 운용사가 아닌 보험설계사”라며 “얼마 되지도 않는 수익을 챙기려고 하다가 정작 고객을 잃는 사태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