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행원 입사시험을 최종까지 무사히 치르고 나서도 ‘은행고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은행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런 현상은 국책은행보다 시중은행에서 더욱 뚜렷했으며 최종합격 됐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공사 혹은 공무원 직으로 옮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인사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입행원을 뽑은 시중은행 가운데 최종합격 된 행원의 많게는 20% 이상이 연수 이후 은행을 관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221명의 신입행원을 뽑았지만 이후 연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남아 있는 신입행원은 162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최종합격인원의 26.7%(59명)가 은행문을 나선 셈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신입행원 공채에서 총 90명을 뽑았지만 현재 정식 발령받은 인원은 66명에 그쳤다. 24명(26.7%)이 중도하차했다.
우리은행도 총 235명의 신입행원을 최종합격 시켰지만 사령장을 받은 인원은 20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1.1%에 해당하는 26명이 연수 과정에서 이탈했다.
거래대학의 추천을 통해 특채로 신입행원을 선발한 조흥은행도 40명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인원은 37명이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이탈율이 가장 적어 총 227명을 최종합격 시켰으나 이 중 5명만이 은행을 그만뒀다.
대형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부분 공사 혹은 국책은행, 공무원 직종 등에 중복합격 돼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고 연수 과정에서 당초 은행이 알려진 것 만큼 안정적이지도 편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그만두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보다 안정적으로 인식되는 국책은행의 상황은 이제 입사지원자들도 ‘월급 조금 더 주는 곳 보다는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경향이 뚜렷함을 방증한다.
산업은행은 최근 신입행원 채용에서 총 90명을 뽑았지만 이중 딱 1명만이 은행을 그만뒀다.
수출입은행은 총 30명을 뽑았지만 이후 관둔 행원은 전혀 없었다.
기업은행은 신입행원 200명을 뽑았고 이 중 182명이 사령장을 받았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도 “아직도 은행에 대해 환상을 갖고 들어오는 신입행원들이 많다”며 “그러나 이들은 연수 과정에서 앞으로 영업 등의 마케팅을 해야 하고 또 성과주의나 임금피크제로 인한 정년 문제 등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안정적인 곳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은행별 신입행원 이탈 수>
(단위 : 명)
(자료 : 각 은행)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