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롯데쇼핑’ 상장을 주관한 대우증권 IPO부서의 숨은 주역 이세연 대리〈사진〉가 한 말이다.
이 대리는 최근 롯데쇼핑 상장을 도맡아 진행한 여성IB 전문가. 발행사 제안서 작업, PT작업, 기업분석 및 가치평가, 거래소와 감독원에 대한 심사대응 등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이 대리의 손이 닿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국내 IPO시장의 경우 여성이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딜을 따내는 과정에서부터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는 업무 자체가 거칠 뿐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이 대부분 남성인 점도 여성의 진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당차게 자리를 지키며 성공적으로 업무를 소화하는 사람이 바로 이 대리. 다행히도 요즘은 예전과 달리 거래소나 감독원, 일반기업 등에도 여성인력이 늘고 있어 이 대리의 행보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아 보였다.
서울대 미학과(93학번) 출신인 이 대리는 98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 2000년부터 IPO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IPO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롯데쇼핑은 최고의 경험이라고 한다. 시장의 관심도 관심이지만 딜 규모가 최대 수준이었고 국내와 해외 동시 상장인 만큼 이 대리로선 크고 작은 업무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난 롯데쇼핑 상장은 국내는 대우증권이 맡고, 해외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이 담당했다. 4개의 법무법인, 2개의 회계법인이 동참한 이번 딜은 평소 2~3명이 하던 것과는 달리 50여명의 인력이 동시에 달라붙은 대형 딜.
이 대리는 “뉴욕에서 마라톤회의를 거쳐 공모가가 정해지던 날이 가장 급박하게 돌아간 순간”이었다며 “이후 기관투자자들에게 공모가를 전하며 철야를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당시 숨가쁘게 전개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덕분에 집과 주변의 이 대리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는 한결 넓어졌다고 한다. 과거 주변 어르신들과 친지에게 IPO업무가 어떤 것이란 설명을 하더라도 이해를 구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롯데쇼핑 상장건을 거치며 이같은 오해가 싹 풀렸기 때문이다.
이번 딜로 대우증권은 100억 가량의 수수료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IB 성과치고는 꽤 큰 액수다.
그러나 이 대리는 “IB업무는 돈 보다도 성취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다이내믹하고 하나의 이슈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증권업이 발전하려면 난립해있는 국내 증권업계 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돼 IB부문을 과점할 수 있는 대형사 출현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형 딜을 끝내고 또 다시 새로운 딜을 찾아 분주히 뛰는 이 대리의 모습에서 국내 IPO부문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