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누구나 알고 있듯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제일 먼저 자신을 닦은 연후에 제가하며 제가를 이룬 후엔 치국하며 치국을 한 이후에는 평천하할 수 있다는 뜻인 것. 이는 다시 세상사를 다스리는 모든 일은 순서가 있으며 그 단계를 밟아가야 이치를 깨닫고 이치에 그르지 않으며 순리한다는 최종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수신’부터 ‘제가’ ‘치국’ ‘평천하’까지 단계적으로 밟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중의 것이 이전 것보다 이뤄내기가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를 역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제가’를 하기 위해서는 ‘수신’을 이뤄내야 하고 ‘치국’을 하려면 ‘제가’를 ‘평천하’를 하려면 ‘치국’을 이뤄내야 가능한 일. 때문에 결국 ‘수신’이 가장 기본적인 일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요즘 증권업계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한가운데 서 있는 증권사에서는 화학적 통합이란 열병을 앓고 있으며 기타 다른 증권사에서는 생존의 몸서리를 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간 의견충돌이 속출하고 있으며 오해도 범람하고 있다. 이를 호평하거나 질타하는 언론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증권업계 지각변동의 요동 속에서 발발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수신’은 하지 않고 ‘평천하’를 이루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탓하고 자신의 오류를 돌아볼 성찰의 정신은 아랑곳없고 모두가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때문에 자신의 허점을 명확히 짚어내는 ‘정문일침’도 다른 사람의 오류로 몰아세우기만 할 뿐.
이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신’을 먼저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다. 즉 현재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판단하고 잘못되고 부족한 부분을 말끔히 처방할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런 ‘수신’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오류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역량을 한층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제가’나 ‘치국’이나 ‘평천하’에 대한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즉 ‘수신’은 결국 ‘백전백승’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힘든 추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