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증권사의 주수익원이었던 브로커리지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대형사를 위시로 자산관리영업 및 IB 부문으로 영업 포지션을 바꾸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할 중소형사들의 경우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더군다나 자산관리 및 IB 등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체제구축보다도 기본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를 지켜내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소형사는 무엇으로 살고 또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집중 조명해보기로 한다.
◆ 중소형사, Zero-sum에도 못미쳐 = 2004회계년도 증권사 실적을 보면 삼성 우리투자(구 우리증권 실적 제외) 대우 현대 대신 굿모닝신한 한국투자 동양종금 미래에셋 대투증권 등 상위 10개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30여개 중소형사의 실적은 대략 35% 내외다.
즉 증권사 영업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영업이익이 전체 3673억원인 데 반해 10개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의 총액은 442억원으로 12.03% 수준이다.
또 당기순이익은 전체 467억원인 데 비해 대우증권의 하나로텔레콤 감액손실분 및 대투증권의 CBO손실에 따라 45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봤는데도 10개사 총액은 1613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4배 가까이 높았다.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증권사 주수익원인 브로커리지 수수료 부문에서도 10개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중소형사들의 총액은 9495억원으로 전체 2조6956억원의 35.22%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증권사 전체의 판관비가 수수료수익의 5.31%를 초과한 데 비해 10개사는 2.70%, 나머지 중소형사는 10.26%나 초과해 불균형도 심각했다.
이처럼 중소형사의 수지는 Zero-sum 게임도 안된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소형사의 생존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증권사간 경쟁보다는 금융권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금융권 전체 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돼 퇴출위협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수익이 변변치 않은 증권사가 은행권처럼 과감하게 정리돼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에도 지난해처럼 주가 변동성이 크지만 않다면 자기매매 등을 통해 얼마든지 흑자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특화부문 모색 ‘혈안’ = 그렇다면 대형화를 위한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로서는 생존을 위해 강점을 가진 부문으로 특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특화를 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특화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쉽사리 제안할 사람은 없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은 지난달 취임하면서 IB와 지점영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하나 및 KGI증권은 법인영업 중심체제로 가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또 부국증권은 자산운용 부문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최근 유리자산운용을 인수하는 한편 채권전문인력 등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영업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부자마케팅에 가속패달을 밟는 중소형사도 속출하고 있다. 한화 메리츠 신영증권 등이 그곳. 한화와 메리츠는 최근 고액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PB점포를 잇따라 오픈하며 부자마케팅 대열에 들어섰다.
또 신영증권은 기본적으로 자산관리영업에 초점을 두면서 IB 및 채권 영역을 한층 넓히는 한편 PB점포를 마련, 부자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이미 대치지점을 PB점으로 전환한 상태며 조만간 부산 해운대에 PB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연구원 조성훈 박사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영업영역이 천편일률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강점을 내세울 만한 특화부문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때문에 각 증권사 최종결정권자가 선택과 집중을 결정하는 길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 정답은 없다 = “솔직히 대안이 많지 않다. 대형화 전략에 편승하지 못한다면 리치마켓으로 특화를 해야 하지만 특화부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즉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이런 전략을 구사할 대상을 물색하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니라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키움닷컴의 경우 고비용 구조를 해결, 대형사가 따라올 수 없는 저가정책으로 온라인 부문에서 특화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결국 중소형사가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점유율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 저가정책을 쓸 수밖에 없지만 최근 업계 분위기를 역행하는 일이어서 이마저도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키움닷컴이 온라인 부문에서 특화한 건 사실이지만 자본 효율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수익구조가 좋은 편은 아니다”며 “미국의 경우 가격 및 지역적으로 다양한 리치마켓이 있기 때문에 브로커리지 한 부문에서도 특화를 할 수 있지만 국내 사정으로는 새로운 분야를 더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는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IB 자산관리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논리인 것.
업계 한 전문가는 “IB부문이 인적 네트워크 및 리서치 능력, 자본력 등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장이기 때문에 이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