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이에 동참하지 못한 일부 소수 직원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하는 요청도 없진 않았다. 과연 이런 요청을 한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추가퇴직을 실시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듯 싶다. 아마도 LG에서 290명이 넘는 인원이 퇴직을 했기 때문에 우리증권도 엇비슷하게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계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우리증권은 ‘특수영업팀’을 신설, 50명을 발령했다. 주로 실적 부진자와 인사고과가 낮은 직원들이 여기에 속했다.
아닌 밤중에 ‘특수영업팀’이라… 언뜻 생각하면 듣기엔 좋은 듯 싶다. 특수한 임무를 띈 비밀영업을 위한 조직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특수영업팀’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설된 ‘특수영업팀’은 아직까지 어떤 특별한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계획이 없다고 우리증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아웃바운드 영업에 투입될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만 무성할 뿐. 결국 이 ‘특수영업팀’은 퇴직을 종용하는 한시적인 조직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이번 추가로 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에게는 지난번 희망퇴직시 지급했던 퇴직금에 준하는 금액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법적인 희망퇴직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이번 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의 경우 받게 되는 퇴직금이 일반급여에 해당되기 때문에 희망퇴직시 받는 퇴직금의 세제혜택을 받지 못해 과세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법적인 희망퇴직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 구조조정’에 해당되지도 않아 결국 이번에 퇴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의 경우 ‘자발적 실업’으로 간주돼 실업급여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번 실시하는 추가퇴직은 보이지 않는 압박이 끊임없이 뒤를 따라다닐 뿐만 아니라 퇴직을 결정해도 여러 악조건이 따를지도 모르는 사면초가 상황만 자아내고 있는 격이다.
그렇다고 노조에서도 퇴직을 결정하는 직원들의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 명분이 서지 않는 사측의 희망퇴직안에 합의를 할 수도 없고 합의를 안하자니 퇴직자들의 피해와 이에 따른 원성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앞으로 무작정 나갈 수도 뒤로 한 발 물러설 수도 없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우리증권이 일정 수준의 퇴직자 수를 맞추기 위해 빼든 ‘특수영업팀’이란 칼날이 앞으로 증권업계에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수단으로 ‘재탕 삼탕’되지는 않을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