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영부실 등으로 금융시장으로부터 경영정상화 계획에 회의적 평가를 받았던 삼성, LG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와 감자 그리고 조직 슬림화 단행 등으로 흑자시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 자구노력 통한 흑자의 토대 마련
지난해 말을 고비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고 연체율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최악의 경영난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다.
LG카드의 추가 증자 타결에 이어 삼성카드의 증자까지 마무리되면서 카드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자본 확충 문제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결의했다.
지난해 3월 1조5000 억원 증자에 이어 이번에 다시 대규모 증자를 함으로써 삼성카드는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예정대로 이뤄지면 재무구조 개선과 영업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이번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지난해 부실을 대거 떨어낸 만큼 올해는 안정적인 흑자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실해소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영업강화로 조기 흑자전환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흑자구조의 조기정착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도 추진중이며 현재 진행중인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전체 3000여명의 직원중 10% 가량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말 삼성카드와 함께 카드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LG카드도 채권단과 LG그룹간 합의를 통해 1조원 추가 증자를 확정했다.
또한 당초 시장예상보다 크게 높은 감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LG카드가 지난 25일 보통주 2억4000만주에 대해 공모가 5800원에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해 채권단과 LG그룹으로부터 1억7241만3795주(1조원)에 대한 청약을 완료했지만 일반인에게 배정된 6758만주(3920억원)에 대한 청약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시장일각에서는 LG카드의 감자비율이 당초 시장 예상(4.5~5대1)보다 크게 높은 7.4대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GE소비자금융으로부터의 출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자본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분석이다.
후발 카드사 및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자본 문제를 넘어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한 실적 개선 추이를 보이고 있다. 롯데 신한 등 후발 카드사들은 지난해 내내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흑자 기세를 유지했고, KB 우리 등 은행과 합병한 카드사들도 안정적 기조를 다져가고 있는 것.
◇ 영업실적 개선기미
지난해 11월 이후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중 신용판매실적(할부, 일시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득공제 기한ㆍ크리스마스 등 월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신용판매실적은 눈에 띄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2월 신용판매금액이 1조6000억원을 기록, 전월 대비 14.28% 늘어났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분기별 신용판매금액이 5조7000억~5조9000억원에 머물렀지만 4분기에는 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카드는 지난해 6월 이후 신용판매 실적이 매월 2조원 선을 넘었다. 특히 11월과 12월에는 각각 2조원 4000억원대 신판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작년 9월 이후 꾸준히 월별 흑자를 기록, 수익성이 살아나고 있고 연체자산과 대환대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자산 건전성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LG카드는 지난해 9월 175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 지난 2000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 월별 흑자를 기록했으며 10월 173억원, 11월 23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12월에는 LG증권 매각 이익 700억원을 포함,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기실적 역시 지난해 2·4분기 -4817억원, 3·4분기 -468억원 등에서 4·4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 약 1400억원대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LG카드의 실적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LG카드는 올해 약 20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채권단과 LG그룹이 추가 자본확충에 합의하면서 양측이 보유한 기업어음(CP) 및 회사채에 대한 이자율을 연 7.5%에서 5%대로 2%포인트 낮추기로 해 이자비용만 최소 수백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신판 규모가 2조2900억원을 넘어서 월 실적 2조원이라는 마지노선을 돌파했다.
은행계 카드사인 비씨카드 역시 지난해 12월 들어 신판 실적이 전월 대비 4000 억원 증가한 4조8329억원에 이르렀다.
◇”업계간 공격마케팅 부작용” 우려도
지난해 4분기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카드 사용액은 44조86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6% 늘었다. 분기별로는 2002년 4분기(45조8250억원) 이후 최대치다.
특정기간 ‘반짝’ 늘어난 것도 아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9월에 2.2% 감소한 뒤 10월부터 3개월 연속 10% 안팎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연간 카드 사용액도 162조8440억원으로 카드 소비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2년 실적엔 못 미쳤지만 2003년에 비해선 0.6% 증가세로 반전했다.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신용카드 업계가 이번 자본확충 작업이 마무리되면 또 다시 경쟁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연말 LG카드가 증자문제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또다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어 부실의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할인서비스를 비롯해 포인트 적립 확대, 무료서비스까지 전개하고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