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는 올 초 메리츠가 조직의 영업력 및 직원들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추진했던 ‘베인&컴퍼니’사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본사조직을 개편하면서 지난 3월말 지점3지역본부 본부장을 맡게 됐다.
“17년이 넘게 영업을 하면서 저를 지켜줬던 건 고객들에게 인정받았던 신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믿고 찾아주는 고객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다. 지난 1988년 메리츠에 입사한 김 이사는 지금까지 기본에 충실한 영업을 고집했다. 두 손에 가진 것 하나없이 시작한 직장생활이었기에 더더욱 정직과 성실이란 무기로 재무장하려 노력했다.
한 번은 고객이 ○○기업 주식을 사달라고 했는데 코드를 입력하는 도중에 순간의 실수로 ○○산업 주식을 사게 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종목의 주가가 점점 떨어졌고 자신의 실수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그 고객에게 솔직히 실수를 털어놓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라 판단했고 그 고객 역시 실수는 실수일 뿐이며 이런 진솔한 김 이사에게서 오히려 신뢰를 찾을 수 있었다고.
이처럼 대박을 꿈꾸면서 또는 당장 눈앞의 약정을 쓸어담기 위해 고객을 기만하는 얄팍한 술수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영업맨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김 이사는 강조한다.
“이제는 물줄기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금이 물밀 듯 들어왔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 환경과 패러다임이 크게 변해 그 물줄기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고정관념을 버리고 브로커 뿐만 아니라 각종 상품지식에다 부동산 세무 등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실력을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실상 종합주가지수가 400선을 뚫고 내려앉으면서 주가가 크게 빠졌던 IMF 직전까지만 해도 시중자금이 증권사 지점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1년에 한두 번만 장이 서도 1∼2년을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 증권가에 만연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거대한 외국자본이 우리 증권가를 절반에 육박할 만큼 침투하고 있는 데다 수수료가 기존의 1/5∼1/20까지 떨어진 온라인거래가 급성장하는 등 금융 패러다임이 크게 변해 이런 말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때문에 예전 장이 좋으면 웃고 장이 나쁘면 울던 관행을 벗어던지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 체제에 접어들었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브로커 및 선물·옵션, 금융상품 등 한 분야에만 집착하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마인드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
김 이사는 “지점장을 할 때보다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더 많아져 부담스럽기도 하고 책임감도 더욱 큰 게 사실”이라며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메리츠가 야심차게 실행하고 있는 ‘M-POWER 프로젝트’와 ‘콜드콜’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고객들의 자산을 맡으면서 결과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때론 고객들에게 웃는 낯을 보여주지 못해 직업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며 “이런 전철을 거울삼아 후배들에게는 때로는 당근을 또 때로는 채찍을 쥐어주며 고객-회사-직원 자신간 좋은 관계를 맺으며 보람있는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