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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증권업 (4) 은행중심 금융정책 증권업계 ‘흔들’

김민정 기자

minj@

기사입력 : 2004-09-08 23:10

은행의 공격적 영토확장…증권사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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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개수 늘리기보다 증권업무 영역확대 ‘시급’

최근 금융권의 업무영역이 사실상 모호해지면서 은행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지점망과 막강한 자금력, 대외적인 신인도를 바탕으로 투신상품판매,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영역에서 단숨에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처럼 은행들이 다양한 상품취급이 가능하도록 업무영역이 확대된 것에 비해 증권업계는 투자대상 유가증권 범위제한을 비롯한 일부 업무가 아직까지도 엄격히 규제되고 있어 은행중심의 금융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 “이대로는 업계 붕괴 우려도” =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의 공격적인 영토확장으로 인해 증권업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한층 고조된 상태다.

IMF 이후 은행은 펀드판매와 자산운용업 등 증권·자산운용사의 고유영역을 끊임없이 침범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새로운 간접자산운용업법의 시행에 따라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은행은 증권업무의 고유업무인 유가증권의 자기매매, 유가증권의 인수·매출·모집 또는 매출주선, 환매조건부 채권매매, 국공채 창구 매매 등을 부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또 증권사에는 제한돼 있는 신탁업, 자산운용업, 펀드의 수탁회사 업무, 펀드의 일반사무관리 업무 등도 모두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증권사는 증권거래법에 명시된 유가증권에 관한 업무만 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으며 장외파생상품을 취급하려 해도 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비율·인력 등 은행에 비해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은행에서 판매되는 투신상품의 점유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은행의 펀드판매고가 지난 3월 20.05%(31조38억원)으로 그 비중이 전체 판매고의 20%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4월 21.61%(33조2036억원), 5월 22.52%(34조5551억원), 6월 23.87%(36조2219억원), 7월 24.13%(38조1249억원)로 그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

반면 증권사는 지난 1월 81.81%(112조5008억원) 이후 3월에는 79.82%(123조3965억원), 5월 77.34%(118조6831억원), 7월 75.69%(119조5972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시대를 맞아 예대마진으로는 수익성의 한계를 느끼는 은행들이 넓은 지점망과 신뢰도를 무기로 투신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증권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증권업계의 유일한 업무인 위탁영업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거대한 은행의 영토확장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시장이 갈수록 자생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 업계, 은행과의 차별철폐 ‘한 목소리’ = 은행의 금융권 잠식이 가시화되자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시장의 위기 정도로만 우려됐던 것이 이제 생존권이 걸린 시급한 문제로 닥쳤다”며 더 이상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일단 증권업무의 영역 확대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는 반면 증권업계의 업무영역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기 때문. 특히 증권·투신·선물간의 산업 분리화로 인해 증권산업 내 내부경쟁도 치열해 이로 인한 출혈이 심각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을 팔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는데 상품의 가짓수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시대상황에 맞게 개별 유가증권 범위를 확대하거나 포괄주의를 도입해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은행·보험과 똑같이 납부하고 있는 예금보험료와 자율적인 구조조정 여건 조성, 장기 개인투자자 유도를 위한 방안마련 등도 현재 업계에 닥친 시급한 사안들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처럼 증권사들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매년 0.2%의 예금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고객예탁금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증권금융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증권업계가 잘 나갈 때는 모르지만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큰 부담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예금보험료를 현 은행수준인 0.1%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은행중심 금융정책으로 증권산업이 어려워지면 직접금융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직접자본시장을 키워 실물경제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게 증권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 일선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도 강력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전국증권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8일 ‘무너져 가는 증권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가 나선다’는 성명서를 내고 은행중심 금융정책에 대한 정부의 외면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노동조합들은 증권산업 전체가 붕괴될 정도로 증권시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시장 살리기 방안보다는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

노조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의 통제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은 은행중심으로 발전해왔던 것이 사실이나 최근 정부가 증권사의 주 업무를 은행의 부수적인 업무로 이전시킴에 따라 증권업계는 무너져 가고 있다”며 “더 이상의 은행 중심 금융시장 개편을 반대하며 이 같은 정부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강력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협회에서도 은행과의 불균형으로 인한 업계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증협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IMF 이후 은행중심으로 발전한 탓에 권역간 불균형이 심화된 데다 시장구조와 수요기반 또한 취약해졌다”며 “하지만 최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업계 전체에 은행과의 차별철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 따라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흔들리는 증권업 (3) 국내증권사 M&A 딜 현실

  • 흔들리는 증권업 (2)위기의 위탁영업

  • 흔들리는 증권업 (1)허울 뿐인 방카슈랑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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