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의 신한·조흥 은행에 대한 이색적인 새해 덕담이 신한금융지주 식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안겼다.
신한금융지주 최영휘 사장은 경제전망과 정책분석에 대한 부분보다 이 전장관의 덕담을 더욱 열심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훈·최동수 두 은행장도 귀기울여 듣는 모습이었다고.
이 전장관은 “신한지주사는 이제 옛 로마제국이 이탈리아반도를 통합한 뒤 지중해로 나아가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비유로 덕담을 시작했다.
“로마나 몽고 등이 거대제국이 된 뒤에 황제는 속지 출신인 사람이 많았다”며 그는 “신한의 장점인 개방성을 바탕으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야기는 “신한만의 문화와 정서를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고 살림을 합하기 전의 마음가짐에 대한 충고로 이어졌다.
아울러 “100년 전통을 달리 보면 노쇄함으로, 민족은행을 표방했던 것에는 폐쇄성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조흥은행이 참신성과 개방성을 지닌 은행으로 탈바꿈하기 바란다”는 권고도 내놨다.
특히 이 전장관은 조흥은행이 최소한 신한은행 수준의 생산성을 갖추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자칫 속지 또는 식민지가 된다는 기분에 빠져들어 무기력하게 합병 일정에 휩쓸리지 말고 당당한 동반자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전장관은 신한·조흥의 최종적 합병이 피라밋 구조로 굳어지지 말고 △교육 △IT투자 △리스크관리경영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네트워크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코드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에 힘쓰면 저절로 에너지의 응집력이 생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그는 “합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은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스톡옵션을 줘서 나중에 맺게될 과실을 나눌 줄 아는 넉넉한 기업문화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이날 덕담에 대해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신한은 잘난 체 말고 조흥도 수세적일 이유 없다는 가르침을 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론 참조할 게 많았다. 신선한 아이디어도 있었으니 지주회사 전반적으로 오픈된 상태에서 성공적 합병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설명 : 이헌재 장관이 2004년 경제전망에 이어 새해 덕담을 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