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대출을 늘려줄 경우 이에 해당하는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여신규모 확대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이 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기업금융활성화 지원책을 내놓자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이날 금감원이 내놓은 안에 의하면 은행권의 재무건전성 잣대인 BIS자기자본비율 1등급 기준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9%로 낮춰 은행들이 기업대출 재원으로 약 60조원 정도를 더 쓸 수 있게 했다.
그러나 8개 시중은행들은 SK글로벌 여신에 대한 충격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것은 더 큰 부실 기업을 만들 우려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연체율 상승 및 SK글로벌 여신 등에 대손충당금 적립강화로 순익규모가 최악인 상황에서 은행들이 하반기부터 여신 리스크관리 강화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에 대한 신규대출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흥 외환은행 등 BIS비율이 10% 미만인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기업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며 국내 리딩뱅크 은행인 국민은행도 2분기 적자로 실질적인 신규대출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업대출규모가 많은 우리은행도 하반기 기업대출 확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SK글로벌 쇼크’로 기업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BIS비율을 낮춰 기업대출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후진국적 발상”이라며 “이는 관치금융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정부의 대출정책에 따라 대출을 늘렸던 은행들이 현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추락한 사례를 재현하는 정책을 펴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시적으로 BIS비율을 낮췄다가 다시 높일 경우 위험가중자산 증가분 만큼 자기자본은 하락하게 돼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도“은행권은 규제가 완화돼도 은행 자체적인 판단하에 대출과 회사채에 대한 운용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므로 규제 완화가 여신과 회사채 비중 확대로 직접 연결된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감독총괄국 관계자는 “BIS비율 완화는 은행들의 대출자금여력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것은 은행들의 여신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수 기자 k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