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의 분리 매각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 많고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현대그룹이 유 무형의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은 당분간 마땅한 당사자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현대증권 강제 매각에 대해 현대상선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당초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가져 왔던 SK그룹은 지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더 이상의 인수 여력을 상실했다. 거기다 현투증권 부실에 대한 현대증권의 대주주로서의 책임이 어느 정도가 될지 명확하지 않은데다 드러나지 않은 현대증권 자체의 부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돼 매수자로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밝혀진 부실보다 더 많은 게 대부분 국내 증권사의 현 주소”라며 “이런 증권업계의 현실을 아는 자라면 증권사 인수를 선뜻 하려 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 1곳이 현대증권 매입의사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에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IMF 사태이후 금융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회사의 해외자본에 대한 매각은 가장 지리하고 어려운 과정들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현대증권 매각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방식은 대주주 지분 매각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이 우선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 16.6%가 산업은행에 담보로 설정돼 있는 상태여서 대주주 지분 매각방식은 사실상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투증권 매각 브리핑에서 “현대증권 매각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도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현대증권이 현투증권 부실에 대해 책임져야 할 금액 규모인 약 3000억원 가량. 규모가 워낙 커 증자후에 기존 투자자들의 주가 하락 피해가 큰 골치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또한 산업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지분도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해당 담보 주식의 보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현대증권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정부의 현대증권 강제 매각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증권 CIO로 현대상선 인사가 내려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 현대그룹 구조본과 현대상선측에서 상당수가 임원급으로 와 있는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그룹 측이 현대증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룹 인사를 현대증권으로 속속 내려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에 대한 정부와 현대그룹 간의 힘겨루기는 점점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낼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현대투신이 부실을 떠 안게 된 원인이 정부 정책의 실패 등 여러 요인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이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대해 그룹측에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인데다 정부가 매각 방침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려 할 경우에는 DJ 정부의 대북 지원 사업 문제를 걸고 넘어갈 수 있어 상황이 어떤 식으로 돌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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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