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혁 있어야 업계 정상화 가능
문어발 부대업무 축소하고 신용구매 본업에 충실해야
방만 경영 카드사 퇴출 시스템 있어야
폭탄 돌리기 멈추면 금융시장 혼란
지난 17일 재정경제부 차관, 금감위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 당국자들이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신용카드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임시방편을 제시하자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카드채 문제 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잠잠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 미봉책으로는 잠시 채권시장을 조용하게 할 수 있어도 카드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근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국의 미봉책이나마 유도해 낼 수 있었던 이번 카드채 논란은 다분히 경영이 난관에 봉착한 일부 업계 스스로의 자가발전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차제에 당국은 이번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대증 요법만을 구사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1년 국민의 정부가 내수 확대를 경기회복의 지렛대로 삼으며 그 수단의 하나로 신용카드를 활용하면서부터 신용카드 문제는 폭발성을 키워 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고 개인 신용을 손쉽게 확대할 필요성에 따라 정책적으로 카드 사용을 조장함으로써 카드사들은 초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 신용 거품이 한계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 신용창출 대안 있었어야
카드 업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 신용 팽창이 한계에 도달할 무렵 정부가 신용카드사에 미칠 영향을 분산할 수 있는 다른 신용 창출 대안을 마련해야 했으나 정권 교체기로 인한 관료들의 책임회피와 이를 악용한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개인 신용 팽창 정책을 수정하자 곧장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1년말 3.8%에서 2002년말에는 8.8%로 치솟았고, 금년 1월말에는 다시 11.1%까지 뛰어오르고 있었다.
대손충당금도 2001년말 1조 2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2년 말에는 2조 3000억원으로 2배이상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카드 연체율 4.1%에 비해서도 2배도 더 높은 것으로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카드사의 순이익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2001년 약 2조 5000억원의 순이익을 남겨 황금기를 구가했으나 지난해 2600억원의 적자를 보였고 금년에는 1월에만 벌써 4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 미국보다 2배 높은 연체율
이는 연체율 증가에 따라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당국이 수수료율을 3.69% 포인트나 인하했던 것도 큰 구실을 했다.
실제로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액이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당국이 종합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을 보면 우선 1조5000억원 상당의 대주주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여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유도하고 과도한 출혈경쟁에서 탈피해 수지개선 대책을 강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부도 현금대출비율 제한(50%)의 준수시한을 1년 더 연장해주고, 연체율 산정의 기준을 보유자산에서 관리자산으로 변경하여 적기시정조치 조건을 완화해 주며, 채무내용을 가족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카드사의 채권회수노력을 지원하고, 부실채권 조기 상각 및 매각 등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수료 인상과 사용자의 대환대출을 알선하여 카드사의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서는 효과가 분명했다. 갑작스럽게 이슈화된 카드채 문제도 일단 수그러들고 금융 시장도 조용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의 어려움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더라도 언제 또 이런 일이 반복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 부실 고리 과감하게 끊어야
그동안의 카드사들의 경영 방식을 보면 문제는 바로 들어난다.
신용카드사 들에게는 ‘카드를 만들면 결국은 쓰게 된다’는 일종의 황금법칙이 있다.
신용카드사가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의 회원확보가 필수적인데 그동안 경쟁적으로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미성년자, 대학생들까지 카드를 발급해 스스로 부실회원비중을 늘린 것이 일차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 본래의 기능인 신용구매보다 일종의 부가기능인 현금서비스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게 되어 막대한 수익을 안겨 주었으므로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시장규모를 확대하는데 골몰하게 되고 이는 다시 기존회원들의 현금서비스한도를 회원들의 재정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폭상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도를 올리면 대다수 회원들은 그만큼 카드를 쓰고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게 되고 이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신용카드사의 순이익의 증가와 동시에 잠재적 부실의 규모도 커지게 된 것이다.
신용카드사에게 가장 큰 수익을 주는 고객이 연체를 하지 않는 건전한 회원이 아니라 주머니 사정과는 상관없이 현금서비스를 마구잡이로 쓰는 회원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 부실 기초로 수익 올려
경기 팽창기에는 그나마 다행인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입과 무관하게 많은 한도를 배정 받은 회원들이 기존의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하나둘씩 연체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연체율은 수직상승하게 되고 카드사들은 자금조달이 어렵게되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가 온 것이다.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얼마 못가 터질 줄 뻔히 알면서도 부실을 기초로 일시적인 수익을 확대 해 온 것으로 자업자득인 셈이다.
기본적인 해결책은 신용카드사들이 무분별한 회원확보경쟁을 지양하고 우량회원 중심으로 회원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건전 경영이 아닌 양적 팽창 중심의 과당경쟁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 인위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워 온 것을 무시하고 당국이 욕을 먹기 싫어 시장을 열어 버린데도 원인의 일단이 있다.
지금 신용카드사들이 대충 26개 정도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시장상황에 비추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현재 상태로 가면 몇 년안에 3~4개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익이 조금 난다 싶으면 너도나도 몰려드는 재벌기업들의 행태도 문제지만 뒤에서 나오는 잡음을 듣기 싫다고 해서 감독기능을 방기한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카드산업을 키우기로 선택했으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예상을 하고 시장을 관리, 선도하는 것이 책임있는 당국의 모습일 것이다.
어차피 시장규모에 비해 경쟁구도가 가열된다면 적정한 수준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 배제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 러시안룰렛과 같은 무차별적 한도증가정책과 과당경쟁을 펼쳤던 대형사들이 경쟁을 자제하고 개인들의 신용위기와 맞물려 신용대란 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카드사들의 경영은 잠정적으로 올해 말쯤이면 당국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상당 폭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 해결은 주된 영업을 현금서비스와 같은 투기거래에서 매출수수료로 전환하는 것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근본적 해결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는 이번과 같이 당국이 나서서 돈을 풀어가며 금융 기관들의 폭탄 돌리기를 계속 시켜 신용경색을 막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카드사 부실은 신용카드 제도 내부에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 본래 기능으로 돌아가야
일차적으로 카드시장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급팽창함에 따라 신용카드업계가 이상 비대해지고 사업 영역이 거의 포괄하지 않는 범위가 없어 매우 높은 비용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과당경쟁을 부를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신용카드업의 제도 자체가 현재와 같은 난국을 언제든지 다시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단시일내에 정부의 의도에 따라 카드의 기능을 확대하다 보니 카드 몇 장만 가지면 못할 일도 없고 대신 잘못하면 경제생활 자체가 타격을 받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되어 사회 문제까지 되다 보니 전문 경영 경험이 일천한 카드사 자체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카드사의 업무 자체만 하더라도 회원 한명의 확보와 관리를 위해 카드발급, 가맹점, 인증망, 고지서 발급, 카드전표 매입, 결제처리, 채권관리, 신용정보 등을 모두 취급해야 하는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부대 업무는 또 좀 많은가. 업종 자체가 경기에 민감한 위험 부담이 큰 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경영시스템을 못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카드사는 지금보다 훨씬 몸집을 줄여 경량화해야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경량화해야 살 수 있어
소비자 한사람이 신용카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카드는 기껏해야 한두장에 불과할 것이다. 나머지 카드는 결국 과잉 발급되어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되고 카드사로서도 업무 부담이 되는 중복 투자가 되는 것이다. 극도의 경영 비효율화라고 하겠다.
지금처럼 놀이공원 무료입장을 위한 카드에서부터 영화 관람용, 레스토랑 할인용, 물품 구매용 따로, 현금서비스용 따로 하는 식으로 카드를 사용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이 문제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며 건전 경영 보다는 덩치 키우기에 급급해온 개별 카드사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이는 결국 당국이 제도 개혁을 통해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당국은 현재의 기형적인 비대해진 우리나라 카드 업종의 성격 자체를 재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또 카드문제는 이같은 업종 자체에 대한 문제해결방안과 더불어 이미 양산되어져버린 개인신용불량의 문제와 더불어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는 현재 이런 유기적인 정책 대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개인 신용 위기와 신용 불량자 양산이라는 사회문제를 더불어 해결하지 않으면 카드 문제도 반쪽 해결 밖에 안된다.
정부 기관간의 정책 공조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리 정부 출범 초기라 하더라도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 부실막기 위한 배팅이 더 큰 부실 불러
금융기관 경영에 있어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스노우 볼링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금융회사 초기에 잘못된 경영개념으로 주먹만한 눈덩이의 부실을 만든다.
그리고 이 부실은 금융상품의 특성상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를 경영진이 인지할 때가 되면 이미 주먹만한 부실이 수박만한 규모로 커져 있다.
경영진은 이러한 손실을 신속히 회복하기 위하여 좀더 위험이 큰 상품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이는 집채만 한 부실을 가져오게 되어 결국 금융기관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금융회사의 상품은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를 얻기 위하여 초기에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판매하면 이후 눈덩이 커지듯이 사고가 늘어나는 법이다.
그러면 경영진은 악화된 경영지표를 메꾸기 위하여 더욱 부실한 상품을 판매하고 이는 결국 회사를 문 닫게 한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부실화 과정은 이미 오래 전에 선진국 금융기관이 엄청난 손실과 파산을 수 없이 당하면서 익혀 온 개념이다. 그동안 당국이나 카드사 경영진들은 금융회사 경영에 제일 중요한 “스노우 볼링효과”를 무시하고 감독을 하고 장사를 해 온 것 같다.
지난 몇 년간의 우리나라 카드업계 성장과정을 보면 정부와 카드사가 손잡고 바로 이런 ‘스노우 볼링 효과’를 초단기간에 실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정책당국 시각 조정 있어야
카드사나 이번에 목이 날아간 사장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저간의 수수료 인하나 현금대출업무 비율 제한 등 카드정책이 시장 논리보다는 사회적 이슈화에 의해 인위적으로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은 당국자도 인정하고 있다.
금감위 국장도 “재벌 등 산업자본이 주로 카드업에 진출, 현금대출에 주력한 것이 문제였다”면서도 “관리감독 차원에서 감독당국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회 심리학에 ‘Group Think’ 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케네디 행정부 당시 쿠바의 피그만을 공격 할 때 행정부내에 집단적으로 유포된 사고방식이 실패를 불러 왔다는 사례에서 나온 것으로 폐쇄된 집단의 독단이 얼마나 큰 부정적인 결과를 낳느냐 하는 예를 들 때 많이 쓰인다.
▣ 정책 기획 조정기능 부실
최근의 금융 정책을 보면 당국자들의 ‘Group Think’에 문제가 있어 최근의 신용카드나 개인신용불량과 가계대출의 문제가 자꾸 꼬이고 지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아니면 정부의 정책 기획과 조정 기능에 문제가 있어 관료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지. 결국은 최종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수수료 올린다고 누적되어 온 연체나 부실이 해결되지 않는다.
단지 앞으로의 방만한 사용을 줄일 수 있겠으나 그것도 코너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시적인 경영 개선 효과는 있겠으나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만을 누적, 확산시킬 따름이다.
강종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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