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對)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이에 대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핵문제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기관들이 한국물 채권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데다 이라크전까지 일어날 경우 경영상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원화·외화 여신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거래업체들을 다각도로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은행별 대책반 구성 등 여신관리 총력
이번주 들어 국내 은행들은 이라크전에 대비해 긴축경영에 들어가는 한편 기업 유동성 및 수출 지원을 골자로 하는 비상지원체제에 돌입했다.
산업은행은 지난주말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행내 ‘비상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한데 이어 이날 이라크전 발발시 거래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또 5000억원의 장기특별자금을 운용, 거래기업들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운영자금은 장기대출로 전환토록 할 방침이다.
기업은행도 중동지역과 거래하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특별대책반’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 중소기업 특별지원반은 거래기업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장 명의의 서신을 각 거래기업에 발송하고 일선 영업점장들에게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해 지원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이라크전 발발로 수출기업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출기간을 연장해주고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출한도를 증액지원하는 한편 만기연장, 부도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비상대책팀을 구성, 주가·환율·금리 등 각종 지표를 수시점검해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수출기업들에게 즉시 통보하는 등 수출기업들에 대한 비상지원 체제를 가동중이다.
조흥은행은 전쟁발생전, 전쟁발발시, 전쟁장기화시 등 3개의 시나리오에 따른 부서별 세부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라크전 상황전개에 따라 일시적인 자금애로를 겪는 수출기업이나 내수기업을 선별해 지원할 방침이다. 또 중동지역 관련 수출환어음 등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경우에는 수출대금 만기연장을 통해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특히 부산은행은 500억원의 긴급 대출자금을 마련해 전쟁발발에 따른 중동 지역 수출 차질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업체당 20억원 한도로 긴급 대출을 실시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비상경영 특별위원회(TFT)를 구성하고 위험관리 능력강화와 효율적인 인력운용, 비용감축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김상대 기획담당 부행장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이밖에 국민 하나 우리 한미은행 등도 항시 모니터링체계를 갖추고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점검, 대처키로 했다.
■ 정부·은행 외화유동성 중점 관리
정부 및 은행들은 이라크전이 일어날 경우 국내 외화 유동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들에게 외화여신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북핵문제와 함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 이렇게 되면 해외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을 수도 있어 은행에 외화여신을 자제하는 등 외화자산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의 상태를 요주의 상태로 분류했다”며 “전쟁 직전이나 직후 상태인 준위기시에는 외화자산 수급을 제한적으로 통제하고 회수가 불확실한 외화자산의 경우 매각작업을 진행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전쟁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 마련된 모범규준은 요주의, 준위기, 위기 등 3단계로 나뉘어져있으며 요주의의 경우 외화자산 수급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위기 상황에서는 자산매각을 본격화하고 당국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은행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내 특별대책반을 구성, 외화유동성을 초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외화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국제금융본부내에 비상대책반을 구성, 전쟁상황 전개에 따른 영향분석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거액 외화자금의 운용을 유보하고 일정규모 이상 외화자금 운용은 본점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했다”며 “외화예수금 등 외화자금 조달을 강화하고 거액 외화예수금의 인출을 자제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항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기업 및 은행들의 외화자금수요를 파악, 대처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기업 및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시장 동향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자금압박을 받는 기관들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유동성 지원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기자 k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