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상호저축은행에 다니는 김윤원(47) 차장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열린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집을 나서며 그녀는 오늘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에 항상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6시 반쯤 남대문지점에 도착하면 김 차장은 곧장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 곳 남대문 시장은 바로 삶 그 자체죠”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외향적인 성격탓에 이제 조금은 편하게 일할 때도 됐으련만 김 차장은 아직도 일주일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시장을 돌아다닌다. 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고객을 섭외하고 관리하는 게 김 차장의 주요 업무다.
김 차장은 지난 77년 부국금고에 입사하면서 금융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부국금고는 지난 2000년 한솔상호저축은행에 인수됐다. 남대문지점에는 같은 해 6월부터 몸담고 있다.
26년간 금융인으로서 한 우물만을 파오는 동안 김 차장에게는 2번의 큰 고비가 있었다.
첫번째는 바로 부금금고 시절 결혼과 함께 퇴사의 위기를 겪은 것. 당시만 해도 여직원은 입사와 동시에 각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사내 규정상 기혼 여직원은 직장을 다닐 수 없었던 것.
그러나 김 차장은 달랐다. 오히려 회사측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책임감 강하고 업무능력이 탁월한 그녀를 놓치기 아까웠던 것. 결국 김 차장은 최초의 기혼 여직원이 됐고 이후 기혼 여직원 퇴직 규정은 폐지됐다.
두번째 고비는 IMF외환위기였다. 김 차장은 그 즈음 무려 16명의 동기들이 직장을 떠나는걸 지켜봐야만 했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동기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당시 동기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런저런 힘든 얘기를 털어놓고 있다.(동기들은 대부분 지금 전업 주부가 됐다)
김 차장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가족이다. 결혼할 당시만 해도 맞벌이를 반대했던 남편은 지금은 가장 열렬한 후원자다. 대학 3학년과 중3인 두 아들의 엄마에 대한 자부심은 아주 대단하단다.
김 차장은 여자임을 내세워 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같은 여성으로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여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금융인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직으로 여기고 있는 금융인으로 자신의 힘이 다하는 그날까지 고객과 호흡을 나눌 수 있는 것이 김 차장의 바램이다.
한솔상호저축은행 남대문지점은 2002년 12월 현재 수신 1100억원, 여신 700억원, 소비자금융(500만원 이하) 대출잔액 1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치원 기자 cw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