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통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새해 들어 국내 증권시장통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 오르고 있다.
그 동안 완전통합이냐 지주회사 형식의 부분적 통합이냐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여 온 국내 증권시장통합 문제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선물거래소 등 3대 시장을 지주회사 형식의 부분적 통합으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단 업계는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가 자칫 각 시장의 경쟁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완전통합 방식보다는 부분적이나마 시장의 자율성을 허용해 주는 지주회사 형식의 증권시장통합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 다소 안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국내 증권시장통합이 과연 국내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얼마나 제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시장 효율성 제고 목적
국내 증권시장의 통합과 관련 정부는 시장 효율성 제고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분리 운영되고 있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를 통합하게 되면 시장을 투명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음은 물론 막대한 중복투자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특히 증권시장이 통합되면 각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며, IT플랫폼 단일로 그동안 비효율성의 대명사로 인시되어 온 각 시장의 전산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어 시장경쟁력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불공정거래의 효율적 감시의 경우 이미 금융감독위원회가 주식시장, 선물·옵션시장, 기타 금융시장을 감독·감시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으며, 근본적으로 전산화된 시장에서 감리 주체의 물리적 위치는 장애가 될 수 없고 각 기관간의 전산적 정보교류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전산비용의 중복투자와 관련해서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차지하더라도 선물거래소의 경우 주식과 파생상품의 거래 방식이 전혀 다른 점을 감안 할 때 동일한 거래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증권시장통합으로 IT플랫폼이 단일화 되면 이에 따른 전산투자비가 오히려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 문제는 선물시장
현재 국내 증권시장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물시장이다.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시장과 달리 선물거래소의 경우 시장 성격이 현저히 달라 과연 정부의 방식대로 다른 시장과 통합해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현 체제대로 분리해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정답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업계는 양 시장의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국내 선물시장의 국제적 경쟁력을 감안할 때 현 체제대로 분리 운영해 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식시장은 안정적인 기업자금조달시장으로서 안정성이 중시되는 시장인데 반해 선물시장은 위험관리시장이면서 동시에 투기성이 강한 시장인 만큼 양 시장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운영주체도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같은 ‘거래소’라는 이름을 쓴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시장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상태에서 이를 무시하고 양 거래소간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지주회사의 의사결정이 증권업계에 완전히 종속됨으로써 선물 시장육성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선물거래소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현·선물 통합 문제가 최근에도 계속 논쟁이 되고 있는 주가지수선물이관 과정에서 불거진 만큼 특정 거래소에 편중된 시장재편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
또 95년 선물거래법 제정당시 선물시장을 전문적인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라는 정부의 취지에도 맞지 않아 정책의 신뢰성이 크게 실추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 통합 시너지 과연 있을까
국내 증권시장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업계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에서는 각 거래소가 주식회사로 전환할 경우 자연적으로 시장의 힘에 의한 M&A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동안 공공성이 강했던 거래소의 형태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형으로 전환됨으로써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각 거래소가 아직 적절한 경쟁체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정부의 주도하에 증권시장이 통합된다면 국내 증권시장의 혼란은 물론 국제시장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뒤쳐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의 통합은 어디까지나 적절한 경쟁체재가 구축된 상태에서 시장주체의 기업적 동기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특히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 형식으로 증권시장이 운영된다면 타 시장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