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7일 대부업법 시행 이후 대금업계에는 대외적인 환경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해외 대금업체들이 고수익을 올림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도 시장진입을 검토하는 등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가계대출 부실 우려 속에 업체 난립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 대금업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명한 기업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형성의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상장된 업체가 없어 자금출처 및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항상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일본계 업체인 프로그레스의 재무 자료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대금업체의 자금 조달 및 운영등 경영현황에 대해 살펴봤다.
■ 경영현황 : ROA 11%, 납입자본이익률 263% 달해
99년 10월 설립된 첫해부터 흑자를 시현해 올해 9월 결산까지 작년 710%, 올해 54.2%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9월 결산 기준 총자산이익률(ROA)이 10.95%, 납입자본이익률이 262.95%에 달한다.
대부업법 시행으로 이자율 제한을 받고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 짐에 따라 향후 수익성 유지 여부가 관건이나 올해 대출채권 잔액에 대해 20%에 가까운 4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도 293억원의 이익을 시현했다.
충당금 적립부담 때문에 적자시현이 불가피하다는 국내금융기관들의 변명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프로그레스의 평균 대출금리는 2000년 85.045%, 2001년 98.55%, 올해 88.695%로 80%대 이상에서 운용돼 왔다. 이자율 상한제도가 실시된 올 10월 이후는 65.7%대에서 운용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는 현실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다. 조달금리 인하와 대손 발생 정도에 따라 高 수익성 지속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자금조달 : 조달금리 16%대, 차입처는 다양한 국내 금융기관
프로그레스는 1883억원의 자금을 평균 16%의 금리로 조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체금액의 64%에 이르는 1200억원을 국내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상호저축은행이 가장 많았으며 11~18%의 금리로 대출채권을 담보로 해서 차입했다.
사금융시장을 외면하면서 그 대출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있는 부분은 도매금융과 소매금융, 제도권 금융과 비제도권 금융의 구분을 염두에 두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그레스는 저축은행에 대한 의존도와 이자율 제한에 따른 조달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받고 CP, 회사채발행등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자금조달 코스트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금업체에 여신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시장은 분명히 있는 데 채권 관리, 영업 노하우에 대한 자신이 없고 무엇보다 소위 고금리 사채업까지 하느냐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시장 참여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며 “대금업체에 대해 대출하고 있는 부분도 일본계의 자금주에 대한 대출, 대금업체들이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점이 언제인가 라는 의문 때문에 빨리 치고 빠져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출하고 있다”고 실상을 토로했다.
■ 대출채권 : 올해 충당금늘리고 기준 세분화, 장기채권은 계열사에 bad bank식 매각처리
대손충당금은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의 건전성에 따라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연체일수에 따라 월단위로 세분화하고 1개월이상 66.82%, 3개월이상 84.88%, 6개월 이상 100%를 설정하고 있다.
올해 전체 대출채권의 20%를 충당금으로 설정한 것은 부실위험에 대비한다는 차원과 눈덩이 이익이 날 때 이익관리를 하겠다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그레스의 연체율은 2001년 9월 12.0%에서 2002년 9월 22.8%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프로그레스의 올해 충당금 적립여력과 설정기준, 연체율등을 감안할 때 대손율이 막연히 주먹구구식으로 추산하는 것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181일 이상의 회수가능성이 없는 장기연체자에 대한 채권은 전액 예스캐피탈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인 예스캐피탈을 배드뱅크로 이용해 상각채권에 준하게 관리하고 있다.
■ 계열사간 자금거래 : 보증 244억, 피보증 419억으로 관계사는 동일 리스크 노출
프로그레스는 해피레이디, 여자크레디트, 퍼스트머니등의 계열사들에 대해 244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했고 해피레이디, 에이앤오인터내셔널, 파트너크레디트등으로부터 419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받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하면서 관계사 지급보증을 받고 있으나 동일 업종, 유사한 자산구조를 감안할 때 단순히 관계사의 보증을 받았다는 형식적의미 이외에는 실익이 없다고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지적하고 있다.
독립된 법인으로서 장기 영업전략을 펼친다는 전제 하라면 프로그레스도 계열사와의 지급보증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주요 재무.경영지표>
(단위 : 억원)
<자금조달실적>
(단위 : 억원)
<대손충당금 설정기준>
(단위 : %)
<금융기관별 차입실적>
(단위 : 억원)
김치원 기자 a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