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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시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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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1-20 20:15

[茶洞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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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하루 이틀 간격으로 국내 주요 경제 연구소에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왔다. 하나는 LG그룹산하 LG경제연구원의 ‘우리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보고서였고 또 하나는 한국은행의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영향’이라는 보고서이다.

비록 발표 하루만에 정부가 주도하고 국책연구기관이 참가한 거시경제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단언적인 결론을 내림으로써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정부가 주도한 회의에서 결론을 내린 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전개되지 만은 않은 것이 그동안의 경험치인 만큼 두 연구기관의 보고서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하겠다.


디플레이션, 한국도 예외 아니다



두 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를 요약해 보면 우리 경제가 당장은 내년 이후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수출과 제조업 부문 등에서 이미 상당기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기술혁신과 경쟁격화 규제완화 등으로 우리경제는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인 물가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70년 이후 우리나라의 일반물가는 시간이 갈수록 하향 안정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 2년 간 GDP 디플레이터가 각각 -2.0%와 -1.1%의 하락률을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우리경제 전체를 볼 때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지만 부문별로 수출과 제조업에서는 디플레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제품의 가격 하락이 고착화되고 있고, 전세계 수출시장의 공급과잉은 국내의 설비투자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설비투자 분야의 디플레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등 아시아권의 수출공급이 날로 확대되면서 이같은 수출부문의 디플레 문제는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장기적으로 국내 디플레 압력을 키울 요인은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 우선정책을 구사하고 있는데다,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도 상당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같은 요인들은 우리경제에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인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과거보다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제하면서도 “예상외의 경기침체나 부동산 가격 급락 등이 발생할 경우 가계 및 기업의 높은 부채수준과 맞물려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자산가격 급락과 실질 채무부담 증가에 의한 금융취약성을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1930년대 대공황기의 부채 디플레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미국과 영국이 디플레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가계부채는 87년 GDP의 64.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2.5%로 높아졌고, 미국의 경우 85년 56.2%에서 지난 6월에는 80.2%로 치솟았다. 명목 주택가격은 85년 이후 미국이 2.1배, 영국은 3배나 올랐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속도는 물론, 절대치에서도 걱정스런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85년 GDP의 33.2%에 불과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73.4%로 급증했으며, 올 들어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주택가격(국민은행 조사)도 최근 1년새 평균 17.5% 상승했으며, 아파트 가격은 24.4% 급등했다. 반면 충격 대응능력 면에서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은 가처분 소득의 4.7배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절반수준인 2.4배에 불과하다.



정책 대응으로 해결 어려워



또 한은은 세계 주요 업종의 과잉설비 문제와 중국의 저가품 공급 등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원인도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을 비롯 미, 독일 등 주요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경우 세계적인 기조에서 우리만이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 실질금리 상승 및 담보가치 하락, 기업 금융기관 도산 증가, 소비 투자위축, 디플레이션 심화`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더 위험하므로 어떤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도한 통화 완화정책에 따른 인플레는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은 정책대응으로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가까워질 경우 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큰 폭으로 통화정책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및 물가에 대한 기본전망(baseline forecasts)보다는 추가적인 디플레 위험(downside risks)에 더 주목하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나로 묶인 각국 경제가 동반 디플레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경우 해외동향을 보다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한은은 밝혔다.

경제라는 것이 관리들의 식사를 겸한 모임에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다고 그대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염을 멋있게 기른 뱅커인 제일은행의 코헨 행장은 한 조찬회에서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언을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이 “앞으로의 도전 과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단지 `공장`만 세울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한마디했다. 귀담아 들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충고다. 특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들에게는 더 더욱.

강종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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