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전후의 상황을 보면 패전국들이 경제성장면에서 더 승승장구했다. 전쟁이 끝나고 25-30년 후쯤부터는 강력한 전승국인 미국마저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뒤쳐지는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고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경제강국으로 군림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맨슈어 올슨 교수는 이 같은 역전현상의 원인을 전승국에서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다양하고 조직적으로 집단행동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의 이 같은 행동은 사회를 지탱하고 움직여 온 각종 체제를 경직화시키게 마련이며,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경제의 원활한 순환을 저해, 종국적으로는 경제에 부(負)의 영향을 미치게 한다고 경고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생겨나게 마련인 무수하고 다종다양한 이익집단들이 각자의 이익추구에만 몰두할 경우 외부의 여건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유연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부연하고 있다. 경제내부에 축적해 있던 힘이 쇠진해지고 만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4개국의 경우 미국과 영국 등 두 나라의 이익집단들은 전승분위기에서 전쟁 이전처럼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독일 일본 등 패전국에선 전후의 극심한 혼란과 궁핍 등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발전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올슨 교수는 분석했다.
경제계 내부 또는 그 주변의 이익집단이나 단체 등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대중을 위한 이들의 역할과 노력은 더욱 필요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권익증대와 지위향상을 위한 활동은 계속 존중되고 보장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주장의 표현이나 이익추구 방식이 상식의 도를 넘어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정책수행에 저해 또는 방해가 될 정도가 돼선 곤란하다. 사회질서가 무시·파괴되고 경제안정에 영향을 주어선 안된다.
예를 들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의 경우를 보자. 재계는 정부가 단독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이 제도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 정도로 공휴일 수가 많다면서 반대의 뜻을 재확인하고, 정부가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는 궐기대회를 열어 총력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노조 측에서도 이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연휴와 공휴일을 줄이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설과 추석 연휴를 하루씩 줄이는 문제는 또 ‘노사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노사 자율에 맡긴 과제치고 합의되는 것이 있는지. 궁색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 짝이 없다. 노사문제에 관해 정부도 이젠 국민의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모두가 이렇게 극단적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서 가장 먼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은행들은 주5일 근무로 인해 줄어들 임금삭감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보전해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임금인상률을 대폭 높여 메워 주거나, 각종 수당을 신설하여 근무일수 감축에 따른 임금손실이 발생치 않도록 은행직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수하는 형국처럼 보인다. 재계 특히 중소기업 쪽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국가의 흥망과 성쇠여부를 가늠하는데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지난 수년동안 우리는 목소리 높여 내세운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고 대립하는데 너무나 많은 국력을 소모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자. 먼 미래의 후손들에게 남겨 줄 파이를 더 크게 만들기보다는 앞서 누군가가 거두어 놓은 과실을 나눠 먹는데 더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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