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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금융의 大道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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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7-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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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에선 매달 한번 정도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흡사 특공대가 탄 듯한 짙은 국방색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위원회에 참석키 위해 본을 출발, 분데스방크에 오는 연방정부의 총리 또는 재무부장관을 모시는 헬리콥터다. 비록 투표권이 없을 망정 이들은 매번 참석하여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해 연방정부의 견해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과 상충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며 조율한다. 지난 날 독일에선 물론 국제정치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콜 전총리도 일년에 5ㅡ6회 정도 중앙은행을 직접 찾아왔다.

총리와 재무부장관이 중앙은행을 방문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정부보다 더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옹호하는 모습을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을 증명해 줌으로써 통화가치의 안정을 통해 물가를 지속적으로 안정되게 유지,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이라는 목표달성에 국민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토록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 것이다.

세계가 공인하는 선진국들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중앙은행에 대한 예우와 업무처리를 이같이 세심하고 세련되게 정하고 다룬다. 이런 점이 우리와 다르고 우리는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자탄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요즘 금융계에선 한은과 금감원의 ‘하나은행 검사를 둘러싼 충돌’이 화제가 돼 있다. 한은은 ‘금통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하고 금감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한은법을 근거로 하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했는데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우량은행이라는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계에서 관심이 되는 것은 새 은행감독제도가 성립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양자간의 충돌사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금감원은 두가지 판단미스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첫째,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어디까지나 ‘금통위이지 금감원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금통위의 판단을 무시해버려 결과적으로는 그 권위와 상징성이 짓밟힌 꼴이 됐다. 둘째, ‘우량은행에 대해서까지 공동검사 요구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는 금감원의 시각이 정당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나은행같은 우량은행은 중앙은행의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조(思潮)가 금감원내에 일반화된 것이라면 앞서 검사를 받은 다른 은행들은 불량은행이었다는 역설이 성립될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기관들의 협조로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잘 이루어지고 물가가 안정된 선진국의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검사가 필요치 않다는 확대해석까지 가능하다.

새 감독체계가 정립된 이후 한은과 금감원은 지금까지 23개 은행의 검사를 공동검사로 진행해 왔다. 이젠 지금의 검사체제와 방식을 보완하여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금감원이 한은에 제공하는 검사결과는 지나치게 개괄적이고 단순하여 한은이 필요로 하는 금융기관의 여러 가지 주요정보를 입수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실무자들의 고충은 경청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가 ‘크다’는 의미로 쉽게 또 자주 쓰는 대(大)자엔 6가지 뜻이 함축돼 있다고 원효대사는 그의 저서(기신론 起信論)에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광(廣)의 뜻이 들어 있다. 상 하 좌 우의 경계를 넘어 한없이 넓다는 의미다. 둘째, 고(高)다.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뜻이다. 셋째, 장(長). 끝없이 길다는 의미다. 어떤 변화에도 동요되지 않고 늘 유유하고 의연함을 말한다. 넷째, 심(深)이다. 밑 닿는 데가 없을 정도로 깊다는 뜻이다. 다섯째, 다(多)라는 의미다. 한없이 많아 쓰고 또 써도 항상 여분이 남아있음을 말한다. 여섯째, 승(勝)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단순히 이긴다는 뜻이 아니라 그 어느 것보다 뛰어날 정도로 월등하다는 뜻이다.

나쁜 것, 싫은 것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흡수하고 수용하는 대도(大道)를 추구하면서 전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크게 멀리 보고 넓고 깊이있게 생각하며 대도로 가는 금융을 추구하고 지향할 일이다. 말로는 아시아의 중심국가, 국제금융도시 건설 등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주필>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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