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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칼럼] 패거리 의식을 버리자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5-05 14:44

‘군자는 어울리되 패거리를 짓지 않으며, 소인배는 패거리를 짓고 어울리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 而不和)’는 말이 있다. 공자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동(同)이란 비슷한 무리들이 끼리끼리 뭉치거나 떼를 이루어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화(和)란 뿌리 출신 성분 성격 등은 서로 다를망정 다같이 한 덩어리가 되어 어울리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소인배들은 학연 지연 문중 등이 같을 때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끼리끼리 뭉치고 패거리를 짓는데 비해 대인들은 이런 것들이 다르더라도 합심하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따라서 소인배들이 있는 곳에선 편집과 편애로 항상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배타와 미움 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인들이 모이는 화(和)를 구분없이 동화(同和)로 붙여 쓰고 있지만 엄밀하게 뜯어보면 이 같은 차이가 있다.

요즘 항간에서 이 시대를 구가하듯 행사하던 한 실력자의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정권 말기가 된 이제 와서 비로소 개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 같은 소인배적 패거리 의식이 빚어낸 사건들이 정치권에서만 발생했던 것이 아니다. 금융계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요즘은 주로 지연(地緣)이 패거리를 형성하는데 주요인자가 돼 있지만 과거엔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학연(學緣)이 가세했고 혈연(血緣)은 이들 3연(緣)중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학연의 경우 대학동문은 물론 상고 중학교를 넘어 초등학교(소학교)학연도 큰 의지처로 작용했다. 지금은 이 같은 3대 연줄 외에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과거 함께 근무한 은행이 어딘가 하는 행연(行緣)까지 연줄의 중요인자가 되고 있다니 이런 금융풍토와 직장 분위기에서 얼마나 큰 합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을 합병했다가 실패한 한국금융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합병은 자본금과 은행건물의 크기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다. 국내외에 걸쳐 새롭게 변화한 금융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새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생물체로 진화시키는데 목표가 두어져야 한다.

‘살아있는 신화’라는 찬사와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는 별명을 가진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남들이 모두 인정하고 공감하는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를 경영의 훌륭한 무기로 삼고 실천했다. 웰치는 미국의 한 경영대학원 토론회에서 “나는 나 나름대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도덕적 기준을 확립해 놓고 있다. 그것은 내가 모든 일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나의 도덕기준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는 내가 행복할 때나 고통스러울 때 변함없이 나를 지탱해 준 절대기준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도덕적 신뢰는 고객(원자재와 하청물품)공급과 심지어 경쟁자까지, 나아가 정부와 보다 나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날 어려운 시대를 이끌었던 은행장들 중엔 고매하고 명확한 금융철학과 도덕기준을 갖고 일한 금융인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정치권과 정부의 거대한 압력을 이겨낼 수 있었고 은행 안팎에서 밀어닥치는 여러 형태의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나갈 수 있었다.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글과 입으로만 부르짖는 어렵고 막연한 의미의 구호들은 아예 채택하지도 않았다. 주총을 앞두고 임원승진 후보물망에 오른 주요부장이 케이크 상자에 넣어 온 엄청난 액수의 수표를 남이 알지 못하게 되돌려 준 은행장도 있었다. 먹어선 안 될 돈은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창피를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되돌려 주고 승진은 만인의 예상대로 시켜줬다. 당시 그들에겐 그런 힘과 여유가 있었다. 금융철학이 됐든 금융의 도덕적 기준이 됐든 자신과 은행, 그리고 고객이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으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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