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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興 105年! 느티나무가 되라

이양우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2-20 21:46

[苧洞칼럼]

2월 19일은 꽤 의미있는 날이었다.

조흥은행이 105회 생일상을 받는 날이었기때문이다.

필자의 이런 의미부여에 대해 그깟 은행 창립기념일이 무얼 그리 대단하느냐며, ‘촉견페일’ 의 고사를 머리속에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버센스’라고 나무랄 분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렇지 않다.

1897년 2월19일 출범한 조흥은행은 은행,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을 망라해 최고령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주식회사’가 있기 까지 조흥은행이 기여한 공로는 어떤 기준으로도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의 혈맥이라는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수많은 기업의 명멸을 지켜봐 온 장본인이요, 경제성장의 가장 큰 견인차였던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 군대가 국가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때때로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는 오점을 남긴 적이 있듯이 은행의 역사 또한 항상 밝고 깨끗한 것만은 아니었다. 관치금융시절엔 정경유착의 고리로 전락하기도 했고, 일부 임직원들이 부도덕한 행위로 영어의 몸이 되는 좋지 않은 과거도 적지 않았었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 본다면 조흥은행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로 치자면 지난 97년 100회 생일날이 더 클 것이다.

IMF다 뭐다 해서 생일상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100회 생일상을 105살이 돼서야 제대로 차린 셈이다. 그러니 이 날이 결코 의미가 덜하지 않은 것이다.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으로 다소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창립기념리셉션장소인 힐튼호텔(하오6시) 주변은 오후부터 북적거릴 정도로 자못 볼만했었다.

기업이 100년을 존립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일이다.

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려니와 미국등 선진국에서도 예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엔 유서깊은 마을이라면 으레 동네 한가운데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느티나무아니면 은행나무 한그루가 서 있기 마련이다.

풍요의 상징처럼. 조흥은행을 느티나무에 비유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조흥은행의 105세 생일날을 더욱 의미 있게 하는 것은 IMF이후 은행산업이 처한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하루 아침에 이름마저 없어진 은행이 몇이던가. 그 중에서도 상업은행이 한일은행과 합병돼 그 이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업은행은 천일은행이라는 이름으로, 한성은행으로 출발한 조흥은행보다 두 해 늦게 이 땅에 닻을 올린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지닌 은행이었다.

100여년동안 수많은 기업의 부침을 지켜보다 끝내 IMF라는 국가적 재난앞에 수명을 다하고 만 것이다.

많은 은행들이 외국자본의 지배에 들어간 현실을 감안할 때 조흥은행의 존재는 존립 그 자체만으로 대견하다. 아니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 순수 국내자본이 주인인 은행이 몇이나 되던가.

그렇기에 조흥은행 105년 역사는 의미가 있고, 이 시점에서 앞으로 써 갈 100년의 역사를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경 없는 글로벌시대에 웬 이 자본 저 자본을 따지느냐고 핀잔을 준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경제이론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기왕이면 내 나라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주인 진짜 ‘우리은행’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조흥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돼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그 어떤 은행보다도 빠른 속도로 경영상태가 호전돼 보기 좋은 모습으로 105회 생일을 자축할 수 있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조흥맨들의 마음속에 끈끈이 흐르고 있는, 이같은 유서깊은 민족기업으로서의 긍지가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선장의 뛰어난 리더십도 한 몫했겠지만, 그 것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공적자금 조기 회수니 하는 명분으로 섣불리 지분을 처분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그저 하나의 은행의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 백년대계의 심정으로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는 조흥은행 임직원들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한때 포항제철이 그랬듯이 ‘국민기업’이 되면 더욱 좋지 않을까.

어쩌다 TV를 통해 소개되는 장수마을 사람들의 한결같은 장수비결은 “어떤 것도 지나침이 없이 살았다”는 것이었다.

조흥은행도 ‘넘침도 부족함도 없는’ 생명연장의 원리로 앞으로 100년, 아니 1000년을 더 살아 남아 ‘대한민국’이라는 큰 동네 한 가운데 우뚝 선 느티나무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이 양 우 편집국장>



이양우 기자 s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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