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영 농협은행장 / 사진=NH농협은행
이자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신탁과 퇴직연금 등 비이자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고객 접점을 확보해 차별화된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영우 투자상품·자산관리부문 부행장을 중심으로 조직 내 자산관리 전문성 제고와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의 수수료수익은 3132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3083억1600만원) 대비 1.6% 상승했다. 이자수익에 더해 WM과 신탁 부문을 고도화하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특히 WM 영역에서 세무·상속·재산 이전 등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신탁자산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전신탁 규모는 1분기 기준 약 43조원으로, 전년 동기(42조원) 대비 1조 원가량 증가했다.
신탁 부문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농협은행의 1분기 금전신탁이익은 3428억9800만원으로, 전년 동기(463억4400만원) 대비 무려 640% 뛰었다. 신탁상품 라인업 확대와 자산가 중심의 고객 기반 확충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 고객의 확대는 곧 중장기 고객 확보와 직결된다. 농협은행은 신탁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WM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WM·신탁사업을 중심으로 수수료 기반 수익을 늘리고,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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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지난 3월 금융·부동산 투자자문업 등록 허가를 받고, 자산관리 교육 수료 및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자산관리 전문 인력을 배치해 WM 특화점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는 점포별 WM 고객 수와 성장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점포를 WM 특화점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5억원 이상 보유 고객이 많은 점포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산가 고객층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중은행의 PB 점포와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수도권 중심의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고액자산가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달리 농협은행은 지역 기반 고객을 위한 대중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중은행이 프라이빗 공간과 소수정예 인력을 내세운 데 비해 농협은행은 전국 단위의 점포 수 확대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고액자산가 전담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안에 서울 통일로 본점 2층에 ‘VIP라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곳은 10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ALL100자문센터’ 소속 금융·부동산·세무 분야 전문위원 일부가 투입돼 100% 예약제로 맞춤형 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단순 금융상담 공간에 그치지 않고 예술 전시회와 세미나 등 비재무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복합 자산관리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PB센터가 없는 약점을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 확대와 VIP 전담 라운지로 보완하고, 농협의 강점인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WM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유언장 작성, 공증 등 복잡한 상속절차 없이 안정적인 재산승계가 가능한‘NH 사랑THE 종합유언대용신탁’을 리뉴얼 출시했다.
이번 상품은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 고객의 자산을 신탁계약을 통해 생전에는 본인이 수익자가 되고, 사후에는 가족 또는 제3자 등 지정한 수익자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병원비나 생활비 등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리뉴얼을 통해 상품가입 최소 금액을 기존 3억원 이상에서 금전 외 신탁재산 합산 1억원, 금전인 경우 5000만원 이상으로 크게 낮추며 고객 접근성을 개선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대중 부유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상속 플랜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무법인 센트로와 ‘우수고객 부동산 자산관리를 위한 법률자문’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농협은행은 우수고객이 자산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문 범위는 기존 ALL100자문센터에서 제공하던 유언공증 서비스 외에도 부동산 매매 및 전세 계약, 재개발·재건축, 상속·증여 등으로 확대됐다.
1968년생인 이 부행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1993년 농협중앙회 입사한 이후 농협은행 창원대지점장, 감사기획국장, 대손보전기금부장, 개인고객부장, 울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략 기획 역량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신탁 등 자산관리 핵심 부문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최근 NH투자증권 이재경 리테일사업총괄부문 부사장을 초청해 ‘베테랑PB의 WM인사이트’ 특강을 진행하는 등 농협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 방향과 역량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은 고객에게 신뢰받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성 강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측은 “고령화와 금융시장의 복잡성 증가로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맞춤형 컨설팅이 중요해지면서 WM 서비스의 역할을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나 한국금융신문 기자 han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