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의 내년 전산투자가 또다시 동결 내지는 축소될 전망이다. 최근 은행 매각협상이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예금보험공사가 더욱 엄격한 예산책정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전산부문의 신규 투자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은행의 내년 전산예산은 경비예산까지 합쳐 최대 500억원을 넘지 못할 전망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올해 6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훨씬 줄어들 수도 있어 투자여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경쟁력이 금융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무색케 할 정도의 금액이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내년에는 사실상 전산부문에 있어 신규 투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차세대시스템의 대체를 위해 계획했던 EAI 프로젝트도, 각종 경영관리시스템 구축도 어려워졌다. 인터넷뱅킹 부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나마 은행권 처음으로 전체 업무환경을 웹베이스로 전환하는 통합단말 및 인터넷뱅킹시스템 프로젝트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은행 통합단말 프로젝트의 경우 현재 50% 정도의 지점에 적용 중이며 내년 3월 마무리될 계획이다. 인터넷뱅킹시스템의 경우 올해 말까지 전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전체 여신 프로세스를 웹베이스로 개선하는 론리엔지니어링 작업도 진행중이다.
지난 98년 공적자금 투입 후 제대로 된 전산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던 서울은행은 지난해 강정원행장 및 원명수부행장이 취임하면서 전산투자에 대한 의지를 다져왔다. 실제로 서울은행은 올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웹기반 통합단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을 비롯해 다른 은행보다는 늦었지만 인터넷뱅킹시스템도 전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물론 전산투자 규모만으로 IT경쟁력을 논할 수는 없지만 내년 타은행들의 전산예산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산통합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이 5000억원 가까이 투자하기로 해 단일은행으로써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며, 역시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들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한빛은행도 2000억원 가량의 전산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외환은행과 기업은행도 1500억원 규모의 예산집행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은행업도 점차 장치산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산예산이 대폭 삭감됨에 따라 서울은행의 전산경쟁력은 물론 전체적인 영업력의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전산투자가 늘어나는 업계 분위기를 감안할 때 IT투자가 몇 년간 지연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이 특수한 상황 가운데 있어 전산부문까지 제대로 돌아볼 여유는 없겠지만 제대로 된 매각내지는 합병협상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