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이 우리금융그룹으로의 편입 이후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미국식 금융 기법과 경영 전략의 도입, 이를 위해 맥킨지 등 외국 대형 컨설팅사에게 투자했던 막대한 규모의 컨설팅 비용 등이 결국 헛수고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한빛은행은 우리금융그룹으로의 편입을 계기로 경영 정상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 은행 거듭나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른바 선진 금융 체제의 긍극적인 목표로 여겨지는 사업부제를 국내의 금융 환경과 한빛은행의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한빛은행의 경영 및 영업 전략 전환에 대해 금융계는 물론 한빛은행 내에서도 합병과 IMF 이후 거액의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맥킨지사로부터 받은 컨설팅과 선진금융 기법의 무차별적인 도입, 그리고 다양한 실험들이 발생시킨 업무 혼선과 영업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중론이다.
IMF 이후 국내 은행들은 선진금융 기법을 도입하고 전략 수립 및 체질개선을 위해 외국의 컨성팅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아왔다. 또 이를 바탕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영업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한빛은행도 9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맥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부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피어그룹(peer group)을 통한 지점관리 등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직개편은 성과없이 끝났고 한빛은행의 경우 잇단 대형 금융사고 발생, 영업력 저하 등으로 귀결됐다.
이에 따라 한빛은행 내에서는 지난해 관악지점 사건 이후 사업부제와 동일점질 관리제도(PGL)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소리가 잇달았고 결국 이덕훈 신임 행장이 부임하면서 기능식 지역본부제를 다시 도입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한빛은행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원론에 충실한 사업부제의 도입과 천편일률적인 팀제 도입으로 업무와 영업에 지장이 많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팀장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부장급에 대한 호칭을 일괄적으로 팀장으로 바꾸면서 내부에서 사용하는 명함과 대외 업무용 명함을 별도로 만드는 등 직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한편 한빛은행 내에서는 합병에 따른 조직 통합의 목적을 실현하고 대의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과다한 컨설팅 비용을 투자하고 무리하게 미국식 경영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수정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