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이 외자유치를 재추진하고 있다. 메릴린치 등 외국 대형 금융기관과의 접촉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지주회사에 포함되는 자회사로의 위치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외국자본은 2대주주로만 대우증권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외자유치 방식과는 다르게 계획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때 검토됐던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의 경우를 벤치마킹해 도ㆍ소매 분리를 통한 외자유치 계획은 철회됐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와 직접 제휴를 맺는 방식도 SSB의 강한 경영권 집착으로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대우증권의 외자유치 성과가 가시화되면 증권주를 비롯 외국의 한국증시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턴오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일정이 주목된다.
다만 아직까지 파트너 선정이나 듀 딜리전스 등 구체적 진전이 없어 외자유치가 재추진되더라도 성사되기 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외자유치 협상 = 지난해 6월경 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한 후 8개 외국 금융기관에 투자 의향서를 전달했다. 2~3개 업체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이후 곧바로 1對1 협상에 돌입했지만 대부분 경영권을 요구했다.
특히 살로먼스미스바니가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구체적인 지분인수 가격까지 타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살로먼스미스바니 또한 1대주주의 자리를 요구하면서 산업은행과 의견충돌을 빚었다.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회기.
▶2차 외자유치 협상 = 9월경에는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국내 기업의 외자유치 전선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증시침체까지 겹치며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더라도 제값을 받기는 어려운 상태.
반면 대우증권은 대외적으로 10월까지 외자유치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시장여건은 악화되는데 마감 기일은 촉박하게 다가온 실정. 대우와 산은은 협상전략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경영권은 내주지 않더라도 이사회에 외국 금융기관을 참여시키는 방안이 논의된 것.
그러나 이 또한 형식적인 인센티브에 불과하다는 혹평과 함께 관심을 표명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전무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3차 외자유치 협상 = 11월경 산은은 대우측에 일본의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의 사례가 어떻겠느냐고 문의했다. 일본의 니꼬증권은 살로먼스미스바니로부터 외자를 도입하면서 도소매 부문을 분리,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바 있었다. 산은의 경영권 고수 입장과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으로 긍정적인 검토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백지화. 산은의 지주사에 포함되면 도매부문 증권사가 산은의 투자은행 부문과 중복됐기 때문이다. 산은의 지주사 구도가 흔들릴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올 1월말까지 관망으로 일관해오던 상태.
▶외자유치 재추진 = 그러나 증시가 다시 살아나고 현대투신의 매각이 성사단계에 들어서며 시장여건은 호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시장조사(일본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의 사례 집중 분석)만 했던 대우와 산은은 이 때문에 다시 외자유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물망에 올라와 있는 후보는 메릴린치, 크레디리요네, 살로먼스미스바니(SSB) 등. 이 가운데 SSB는 1차 접촉때 대우증권의 경영권에 강한 집착을 보인 바 있어 협상이 결렬된 상태.
메릴린치는 일본에 메릴린치재팬을 설립하면서 소매영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결과는 참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메릴린치가 국내 소매영업을 확장시키기 까지는 아직도 더 많은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리요네(CLSA)리는 대우에 단순히 지분참여를 하기 보다는 소형증권사 인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 및 산은 관계자들은 “모든 업체가 물망에 올라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을 할 것이고 이 가운데 대우와 산은의 의도에 부합하는 곳과 협상이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대우 담당 부서는 현재 진행중인 산적한 현안들만 마무리되면 대우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