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은행의 ‘소매금융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여신등 기업여신이 많은 국민은행은 합병은행이 가계 및 소매금융 못지않게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금융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주택은행은 모기지론 및 가계금융에 강점이 있는 만큼 합병은행이 소매금융에 전적으로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란은 합병은행의 사업부제 등 조직개편 구도와 맞물려 두 은행간 쟁점이 되고 있으며 합추위에서 이를 놓고 조율이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합병은행이 어느 부문에 주력하느냐에 따라 두 은행의 인력조정 규모나 주도권을 누가 쥘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있어 두 은행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민 주택 합추위는 지난달 30일 ‘합병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합병은행의 기본전략은 개인 및 중소기업금융 등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대기업금융, 국제금융, 자본시장업무 등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으로 비교우위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라는 아주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인 비전을 제시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에도 합병은행의 비전과 전략이 아주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두 은행이 합병은행의 비전도 없이 어떻게 합병을 진행시키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 주택은행은 합병은행의 비전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두 은행의 공통된 강점인 개인 및 중소기업금융 등 소매금융을 강조하고 이후 계속적인 모색을 통해 다른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것으로 절충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및 독일 등 금융선진국 은행들의 수익구조중 소매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익비중이 55~60%나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합병은행이 소매금융에 주력한다는 데는 두 은행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경우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에 따라 대기업금융 및 투자은행업무 등 도매금융과 국제금융 비중이 주택은행보다 큰 데다 유니버설뱅크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전략을 줄곳 펼쳐와 합병은행의 위상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주택은행은 세계적인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주력하는 현실을 합병은행 비전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은행들이 소매금융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전체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불과하다며 합병은행은 적어도 미국 독일등 금융선진국의 소매금융 이익 비중보다 높은 70% 정도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 주택 합추위는 이달 말까지 합병은행의 전략과 비전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을 다음달까지 도출시킨다는 방침이다. 합병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비중과 다른 업무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합병은행의 사업부제식 개편과 인력 및 점포망 조정안 등을 조속히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