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벤처투자의 회복조짐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CB인수 방식의 투자가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는 7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한미은행이 1000억원, 기업은행이 300억원의 자금을 배정해 벤처기업 발굴에 나섰다.
미등록·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성공 예감을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져 시중은행들이 CB인수와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 등의 방법을 통해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CB인수의 경우 기술신보에서 80%나 85% 정도 부분보증을 해주고 있어 은행 스타일에 맞는 투자방식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벤처투자 위축이나 은행권 합병분위기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벤처투자를 중단하기 보다는 내실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망한 벤처·중소기업에 대출금을 지원하고 매출과 수익 시현등 기업 경영상 일정조건 충족되었을 때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CB 인수’와 ‘출자전환 옵션부 회전한도대출’등을 통해 벤처기업 발굴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CB인수 등을 통한 투자는 벤처투자 침체기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런 투자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은행은 올해 21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 출자와 함께 1000억원 정도의 CB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실시한 출자옵션부 대출 280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중소 벤처기업 대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CB인수규모의 2배정도인 300억원을 CB인수에 투입하고 신한은행 200억원, 한빛은행 40~50억원, 평화은행 40억원 등이 CB인수자금으로 예정돼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수준의 CB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산업 외환 조흥은행은 CB인수보다 주식투자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시중은행 CB인수 현황은 기업은행 172억원, 국민은행 111억원, 평화은행 45억원, 한미은행 248억원, 신한은행 25억원, 한빛은행 5억원으로 약 600억원 규모였다.
은행 벤처투자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은행들이 벤처기업 주식투자보다는 CB인수에 눈을 돌렸다”며 “이러한 경향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부터나 벤처기업 지분출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