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지난 2일부터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 ‘계좌유지수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해 은행의 홍보부족에 따른 고객들의 혼선이 잇따르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안티 제일銀’운동을 벌일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계좌유지수수료 징수를 고민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네티즌등 고객들의 ‘안티 제일銀’ 반감 수위와 구체적인 행동 여부에 따라 제도 시행의 연기 내지 백지화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티즌들은 국내 은행들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수료를 받는 등 선진 경영방식을 취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계좌수수료 징수는 시기 상조이며 금액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제일은행이 제도 시행과 관련,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 은행에서 업무를 보는데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네티즌의 불만을 고조시킨 주요 요인이다.
제일은행은 지난 2일부터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을 포함해 월간 총수신 평잔 합계액이 10만원 미만인 고객에 대해서 월 2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 또 보통예금, 퍼스트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가계당좌 예금 계좌를 신규 개설할 경우 최초 5만원 이상을 입금해야 하는 규정도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며 휴면, 소액계좌 등 허구계좌를 줄이고 실질적인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활성화 운동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시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일은행측은 또 “국내은행에서는 처음 시행됨에 따라 고객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영업이 향후 추세임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도 제도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제일은행측의 무성의한 홍보와 수수료 징수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고객은 “현재의 은행 이익만을 위해 잠재고객을 등한시 하는 것은 결국 은행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객은 계좌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는 영국 은행의 예를 들면서 5년전부터는 회사 또는 기업계정이 아닌 개인고객에게는 잔고가 한푼이라도 있는 한 계좌수수료가 없고 수표입금도 무료로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계좌 수수료 징수문제의 이슈화를 계기로 제일은행 매각과 관련된 고객들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른바 ‘헐값’ 매각 논란이 네티즌 사이에서 재연됨에 따라 제일은행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식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대대적인 ‘안티 제일銀’ 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하고 있어 수수료 징수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