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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사실상 포기...지주회사 미래 어둡다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12-27 13:14

인력감축 않고 사업부제 재편도 정권말기로 미뤄

지난 22일 새벽 전격 타결된 노사정 합의에 따르면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는 2002년 3월말까지 컨설팅작업을 계속해 기능재편 등 최종 결과를 도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2002년 6월말 이내에 노사간 협의를 통해 기능재편 등을 완료하기로 했다. 또 해당 은행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던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노사간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결정하되 반기별로 MOU 이행상태를 점검해 추가적인 공적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같은 노사정 합의에 따라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 노조는 당초 22일부터 돌입할 예정이었던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정부 주도 지주회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노사정 합의대로 할 경우 정부 지주회사는 2002년 6월까지는 산하에 현행대로 4개의 개별 은행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또 인력감축도 노조의 동의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 노조의 생리상 자발적 명예퇴직 이외에 어떤 형식의 인력감축도 동의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2년 6월부터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가 과감한 인력감축을 전제로 사업부제로 전면 개편될 지도 의문이다. 2002년이면 현정부의 집권 말기이다. 더욱이 2002년 5월에는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가,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집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노골화되고 한 표가 아쉬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을 밀어 부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정부 주도 지주회사의 인력 감축을 노사합의에 맡기고 사업부제로의 기능재편을 정권 말기로 미룬 것은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도입키로 한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연결납세가 불허되고 자기자본비율이 130%로 제한되는 등 근본적으로 제약이 많다.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는 이같은 제도적 한계에다 노조의 반발에 따라 인력감축과 사업부제로의 재편까지 미룸으로써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편 외환은행의 정부주도 지주회사 편입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환은행이나 코메르츠는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조건으로 향후 발생하는 부실에 대한 풋백옵션, 한빛은행등의 과감한 인력감축 등을 직간접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인력감축과 사업부제 재편을 미룸으로써 이같은 요구는 수용되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이 정부 지주회사 밑에 병존하는 것 외에는 지금과 달라질 게 없게 된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굳이 정부 지주회사에 들어갈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츠도 이같은 점을 감안,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들어가도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판단, 최소 1년정도 지켜보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가 이처럼 구조조정을 사실상 포기해 장래가 불투명하게 되고 외환은행 마저 독자생존 하기로 입장을 정리하게 된 것은 금융노조의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금감위의 구조조정에 대한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평화은행과 광주 경남 제주은행 노조가 정부의 P&A식 지주회사 편입에 대해 반대하면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들 4개 은행의 노조원 수는 3000여명에 불과해 설령 파업에 들어가도 문제될 게 없었다. 더욱이 이들 은행의 경우 고객들로부터 부실은행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파업할 경우 예금인출 사태가 예상됐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정부가 구조조정을 밀어 부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금감위가 외환은행을 정부 지주회사에 편입시키고 외환은행 중심으로 정부 지주회사를 끌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온건한 입장을 보였던 한빛은행 노조가 들고 일어섰다. 또 국민-주택은행의 강제 합병 추진으로 금융노조의 결집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정부가 코너에 몰리게 됐고 결국 정부 지주회사의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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