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와 금감위는 한빛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에 또 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는 것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와 평화 광주 경남 제주은행 노조는 인력감축은 물론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로 묶이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며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형식은 지주회사, 내용은 P&A
한빛 평화 광주 제주 경남등 5개 은행 처리와 관련, 재경부와 금감위는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을 별도의 지주회사로 묶는 방안, 우량 은행들에 흡수 합병시키거나 자산부채를 이전하는(P&A)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당초 방침대로 5개 은행과 하나로종금을 정도주도의 지주회사로 묶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대목은 4개 은행의 별도 지주회사 설립 허용이나 P&A가 아니라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대한생명등 보험사를 집어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금융당국 일각에서 기왕 정부주도로 대형 지주회사를 만들려면 외국처럼 보험사까지 포함시켜 모양새를 갖추는 게 어떠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한생명등 보험사가 정부주도의 지주회사에 편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2003년까지 은행 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가 유보된 상황에서 정부주도의 지주회사에 보험사를 끼워 넣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재경부나 금감위는 5개 은행과 하나로종금이 주축이 돼 설립될 지주회사가 성공하려면 비용측면에서의 과감한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5개 은행과 하나로종금이 지주회사로 묶이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별로 기대할 게 없는 만큼 비용절감 차원의 과감한 인력 점포 감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의 지주회사 제도는 우량 금융기관들이 상호 업무보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5개 은행과 하나로종금이 묶이는 정부주도의 지주회사는 부실 금융기관끼리의 통합인 만큼 현실적으로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지주회사라는 형식을 빌리는 만큼 은행 간판을 내리지는 않지만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내용상으로는 P&A에 버금가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 지주회사 편입후의 과감한 비용감축은 필수적이며 정부는 은행 구조조정의 사활이 걸린 이 문제를 놓고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최종 입장을 정리, 금주말이나 내주초에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4개은행 노조 삭발투쟁
이에 대해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과 금융산업노조는 지난 2일 상오 금감위 앞에서 노조위원장들이 삭발을 하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요구하는 동의서는 결코 써 줄 수 없다는 입장이며 동의서 요구는 7.11 노정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또 금감위가 인력감축의 기준으로 제시한 1인당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 2억2000만원은 국내 우량은행이나 선진국은행들 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빛은행을 제외한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 노조가 이처럼 동의서 제출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은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에 편입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이들 4개 은행 직원들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주은행은 총 130여개 점포중 광주지역 점포가 75개에 이르고 있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편입될 경우 광주은행의 점포 감축이 어느 수준까지 단행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은행 노조 간부들은 4개 은행 독자의 지주회사 설립이 아니라 한빛은행이 포함되는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편입되면 P&A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만큼 이판사판으로 투쟁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 4개 은행 노조가 이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파괴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개 은행 노조원이 기껏 3000여명에 불과하고 이들 노조가 총파업이라도 하게 되면 그렇찮아도 취약한 현실에서 예금 이탈로 그야말로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편입에 대해 한빛은행 노조는 예상외로 조용하다. 한빛은행 노조는 은행측이 제시한 구조조정 동의서에 향후 정규직 인력 감축은 자발적 퇴직으로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걱정할 게 없고 따라서 조만간 동의서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빛은행 노조의 이같은 판단은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가 한빛은행을 축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자신들의 희생은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지주회사는 정확하게 말해 한빛은행을 축으로 하는 것이라기 보다 기존 5개 은행을 헤쳐모여 함으로써 판을 새로 짜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빛은행 노조의 판단은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