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에서는 그러나 지금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을 다룬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前검사실장은 증언을 통해 자신이 관악지점 불법대출을 눈감아 준 것은 뇌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상급자인 부행장과 감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부행장과 감사는 전 검사실장의 검찰 대질 신문 내용과 국회 증언이 다르고 검사실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부당대출 무마지시 사실을 극력 부인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현재 구속상태에 있는 전 검사실장과 상급자인 부행장, 감사간의 공방이 장시간 계속되다가 나중에는 “사람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까지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이를 보다 못한 여당의원으로부터 어떻게 된 조직 이길래 서로 헐뜯기만 하느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을 놓고 서로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해 보려는 한빛은행 간부들간의 공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금감원의 특검과정에서도 심심찮게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관악지점 사건이 이처럼 확대된 데는 내부 정보가 샅샅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서 전현직 은행 간부들간의 책임 공방으로 상징되는 이전투구는 다수의 한빛맨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반영, 하루 빨리 조직의 동요를 막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 간부는 “은행 근무중에 누구 보다 해외 근무를 많이 하는 혜택을 받았고, 합병 과정에서 합병추진위원회 핵심 간부로 활동했을 뿐 만 아니라 은행의 배려로 BC카드사 상무까지 역임한 사람이 조직을 뒤흔드는 발언을 한 것은 그가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사실 여부를 떠나 충격일 수 밖에 없으며 한빛은행의 기업문화와 한빛맨들의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어느 수준 인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관악지점 불법 대출 사건이 일어나면서 ‘한빛’이라는 브랜드가 치명타를 입고 사건 수사 과정에서 온갖 정보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조직의 장래가 암담하다는 점을 실감했다는 관계자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한빛은행은 부실 때문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와해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루빨리 치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은행 안팎의 중론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