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두 기관이 합병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농협은 지난 7월 축협·인삼협과의 통합을 계기로 2년 이내에 신용사업 분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문기관의 컨설팅 결과가 6개월 이상 걸려야 나오고 행정적인 절차까지 감안하면 농협은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신용사업 분리를 위한 컨설팅에 들어갈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들은 신용사업 분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게다가 재경부가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 및 신용사업 분리 등의 계획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의 신용사업 분리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농협은 지난 4월 기업은행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양기관간 송금 수수료 인하, 신용카드 공동 사업, 외화자금 공동 조달 등의 사업을 벌이거나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두 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농협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기업은행과 합병되면 좋지 않냐는 의견을 공공연히 내비추고 있다. 농협 신용부문 관계자들은 “신용사업 분리와 함께 기업은행과 합병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들이 이같이 기업은행과의 장기적인 합병 가능성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양기관의 뿌리가 같고(기업은행은 지난 61년 농협으로부터 분리됨) 기업은행의 노하우가 농협 신용사업에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으로 양 기관은 중소기업 고객 시장을 공유하게 됐다.
또 농협 신용사업부문은 최근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최첨단 중소기업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중소기업 시장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등 선진국들의 협동조합 금융기관들이 보통의 상업은행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즉 농협의 상호금융부문만 남겨놓고 나머지 일반 금융부문을 기업은행과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시기상조, 어불성설 등의 입장을 밝히면서 일축하고 있어 두 기관의 제휴와 밀월이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기관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농민단체 및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관련 단체들의 반발, 관련법 개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