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증권사가 백업센터를 설립하고 보안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300억원 이상 책정해야만 한다. 반면 증시악화로 수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은 이같은 대규모 예산을 책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증권사 전산실무자들은 벌써부터 선결과제로 무엇부터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원격지 백업시스템 구축과 보안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증시악화로 작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동원증권 전산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신이 증권사 전체로 퍼져나가자 경쟁적으로 원격지 백업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들은 관계당국이 전산환경 지도 감사를 강화한다고 나서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원증권 전산사고가 발생하자 ‘어떤 식으로 전산 대책을 세우고 있냐’는 고객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특별한 전산대책이 없으면 대형증권사를 찾아가겠다는 협박성 전화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익이 어려워 회사가 지탱하기도 힘든 판에 증권업계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전산사고가 발생해 더욱 재정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일에는 정통부가 연내에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만들어 금융기관의 사이버테러 차단시설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증권사들의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보안시스템 구축 현황을 보면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방화벽 이외에 별다른 보안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 보안업체에 대한 IDS(침입탐지시스템)인증 심사가 실시되고 있어 좀더 저렴한 가격에 보안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됐지만 정통부가 의무화한 사이버테러 차단시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시 보안시스템 도입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책정해야만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원격지 백업시스템이나 보안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있어 ‘명분이냐 실리냐’를 따질 만큼 여유자금이 없는 상태”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작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증권업계 인증사업을 관계당국이 다시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해 올 연말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증권사의 전산부문 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연 기자 syl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