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은 정부에 1조3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1조3000억원의 공적 자금은 경영자문을 맡고 있는 도이체방크와 회계법인 PwC의 진단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이 정도만 투입되면 클린뱅크가 되는 것은 물론 BIS비율도 1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도 서울은행이 요청한 1조3000억원의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제는 얼마나 빨리 공적 자금 투입이 이루어지느냐는 점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들은 “걸핏하면 BIS비율 8% 미달 은행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떠난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가 쉽지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은행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이 하루라도 빨리 단행돼야 하지만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고 게다가 지금처럼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쯤 공적자금 투입이 단행될 지 예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서울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경영이 안정되면 이를 기반으로 내년 1/4분기중 3억달러의 GDR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경영상태가 아직 어렵긴 하기만 해외 투자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매니지먼트이기 때문에 IBP로 무장한 서울은행은 GDR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행의 주장처럼 국제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매니지먼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선진 매니지먼트와 함께 영업력에서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울은행 새 경영진은 공적자금만 조기에 충분히 투입되면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지만 그동안의 경험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서울은행은 97년 이후 여러 차례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그 때마다 클린뱅크로 다시 태어난다도 고객들에게 호소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결국 부실은행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서울은행이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영업력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현재 총 영업규모 가운데 20%에도 못미치는 리테일 영업을 50%까지 끌어 올리려 한다면 일반 고객들의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영업력 회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강정원 행장 체제 출범 이후 서울은행은 영업력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단적으로 9월말 현재 총수신은 16조9000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늘어난 게 거의 없다. 3급 중심으로 짜여진 젊은 점포장들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 줄 지 궁금하다.
서울은행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자본확충, 영업력 회복과 함께 직원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한 곳으로 결집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직원들이 새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감으로 충만돼야 하는데 아직은 미지수다.
신임 경영진의 개혁에 대한 행내 반응은 4~5급등 하위직급으로 갈수록 지지를 받고 있지만 위로 올라가면 회의론이 만만찮다. 새 경영진이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상위직 간부들이 바뀌지 않고는 서울은행의 실험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계 안팎의 지적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