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의 경영을 글로벌 스탠더드가 몸에 밴 전문가들에게 위탁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어 내린 결정이지만 지금 우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전문가 집단에 의한 서울은행의 위탁경영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은행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귀중한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은행은 지금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서울은행은 경영정상화를 통해 국내외 자본에게 제값을 받고 팔리는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되겠지만 실패할 경우엔 정상화된 은행에 흡수 통폐합되는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행이 실패할 것이냐 성공할 것이냐는 내년 말이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5개월이 41년 역사의 서울은행에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정부도 서울은행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강정원 행장을 비롯한 서울은행의 젊은 새 경영진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제적 정합성(IBP)으로 무장된 40~50대의 젊은 경영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은행 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을 하는 게 보통이다. 주말에 골프약속이 있어도 새벽에 운동을 하고 은행에 출근해 일을 한다. 모두 일 중독자처럼 보인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직은 내세울만한 게 없기 때문에 겸손하게 일만 하지만 구체적 성과로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강정원행장을 비롯 IBP로 무장한 서울은행의 젊은 경영진은 일단 과거와의 단절에서 개혁을 시작했다. 48년 이전 출생의 1~2급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다른 은행들에서도 명퇴가 많았지만 서울은행처럼 과감하게 한 경우는 없었다.
금융계에서는 물론 서울은행 내에서조차 연고 중심으로 영업이 이루어지는 한국적 풍토에서 무모한 일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지만 서울은행 젊은 경영진은 결단을 내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도매 영업이 아니고 소매 영업이기 때문에 지점장 개개인의 연고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은행은 낡은 관행에 젖어있는 기존 고참 부점장들을 젊은 직원들로 교체한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특히 강화할 계획이다. 공적 자금 투입은행이 쓸데 없이 돈을 쓴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직원 재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을 ‘개조’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사람이 바뀌지 않고는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소매금융, 수출입, 신용위험관리, 회계 및 통제, 투자신탁 등 분야별로 적게는 1명에서 많으면 4명까지 파견돼 있는 20여명의 도이체 방크 전문가들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은행은 이달 중순 조직도 IBP에 맞춰 고객중심으로 완전 바꿨다. 우선 영업과 심사, 프로세싱 분야를 분리해 고객 및 시장 중심으로 재편했고 일선업무와 후선업무를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본부장 중심으로 이익창출 본부(Profit Center)와 지원본부(Cost Center)를 명확히 해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서울은행은 딜리버리 채널인 점포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점포중 50~100개를 폐쇄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여신이나 외환업무 등을 중심(hub)점포로 집중시키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점포 레이아웃도 완전 바꾸기로 했다. 고객들이 서울은행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IBP로 무장한 서울은행의 젊은 경영진은 직원 재교육이나 딜리버리 채널의 재구축에도 적극적이지만 제일 시급한 과제는 자본확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공적자금의 조기 투입이나 내년 1/4분기 GDR 발행은 서울은행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