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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어설픈 구조개혁이 禍根”

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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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0-09-07 08:42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부제로 관리 감독기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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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 사건이 검찰에 의해 지점장 신창섭씨의 개인 사기극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계에서는 현정부의 도덕성에까지 흠집을 내고있는 이번 사건의 뿌리는 무리한 은행 합병,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사업부제, 상위직 위주의 획일적 은행 인력 감축 등에 있다는 지적이 잇달으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금융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국책 프로젝트’로 까지 불렸던 국대 최대의 합병은행인 한빛은행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합병 이후 무려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맥킨지 등 세계 유수의 전문기관들로부터 조직과 영업전략, 내부 통제시스템등 모든 경영 분야에 대해 컨설팅을 받은 한빛은행에서 상식 이하의 사기극이 일어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금융계에서는 검찰과 한빛은행이 이번 관악지점 사건을 신지점장 개인의 단순 사기극으로 결론내리고 있는 데 대해 일부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국적 현실에서 정치권 ‘실세’의 은행 임원들에 대한 여신 청탁은 늘 있는 일이고 이 경우 은행장이나 임원들 입장에서는 해당 지점장에게 ‘할 수 있으면 배려를 하라’는 얘기를 하지만 이를 무조건 대출을 해 주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점장은 거의 없다. 관련자가 찾아오면 가능성 여부를 검토한 후 여신이 어려우면 정중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등 예의를 갖춰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보내는 것이 국내 지점장들의 관행이다. 이같은 점에서 신지점장의 행태는 설령 이수길 부행장이 전화를 했다해도 상식 이하로 볼 수 밖에 없다. 또 아크월드 대표인 박혜룡씨가 한빛은행 관악지점 외에 여러 다른 지점에서도 어음할인 등의 형태로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와 삼촌 관계라며 자신을 과시했지만 다른 지점장들은 철저하게 담보를 챙겼고 여신회수를 완벽하게 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도 신창섭씨는 은행 지점장으로서는 ‘함량미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지점장 개인에 의한 사기극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함량미달의 사람을 지점장으로 발탁하고 그 사람에게 가계금융이 아닌 기업여신까지 취급하는 혼합점포장을 맡기는가 하면 선진국형 시스템에 가장 가깝게 조직이 짜여졌다는 한빛은행에서 6개월여 동안 아무런 내부 통제시스템이 가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까지 추진된 금융구조 조정을 되짚어보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는 한빛은행의 성공 여부가 우리나라 전체 은행산업 구조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아래 은행장등 경영진 선임에서부터 영업체계, 내부조직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짜여지도록 엄청 공을 들였다. 그 맥락에서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 구조조정의 판을 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의 맥킨지 컨설팅에 한빛은행의 경영자문을 맡겼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최근의 한빛은행 모습이 과거 서울신탁은행과 너무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신창섭지점장은 구 상업은행 출신으로 관계자들은 그를 풍수지리와 사주 등에 관심이 많은 괴짜로 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합병이 안됐다면 지점장 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 인물이 올들어 불법대출을 통해 업적을 올리자 다들 의아해 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빛은행 출범 이후 상업 한일은행 간에 형평을 맞춘다면서 승진을 시킬 때도 똑같은 숫자로 하고 지점장들을 내 보낼 때도 균형을 맞추는 상황에서는 인사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획일적인 상위직 위주의 인력감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만 48세인 신지점장의 경우 출장소 소장을 거쳤을 뿐으로 지점장으로서는 경력이 일천하다. 그럼에도 기업금융까지 취급하는 점포장을 바로 맡았다. 은행 관계자들은 “야전 경험이 많은 고참 점포장들이 나이 제한에 걸려 줄줄이 퇴직하면서 그야말로 궁중에서 펜싱만 하다가 어느 날 월남전에 뛰어드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빛은행은 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맥킨지의 자문을 받아 서구식 사업부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의 기능식 지역본부제가 폐지되고 기업과 개인고객본부로 영업점이 나눠졌다. 600여개에 이르는 영업점을 2명의 임원이 관할하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관리 감독기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 한빛은행은 2명의 임원이 엄청난 수의 영업점을 관할하는데 따른 문제를 감안, 올들어 PGL(지역통할대장) 제도를 도입했지만 PGL 역시 라인조직이 아니라 영업 섭외 및 독려 기능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과거처럼 지역본부장이 점포장들의 움직임을 꽤 뚫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다른 은행들은 물론 정부당국도 금융 구조조정의 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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