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코메르츠와 정부의 공동 노력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게 되는 9월말까지는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드레스드너와의 합병 협상으로 방한을 계속 늦췄던 코메르츠은행의 레머전무는 합병이 최종결렬되자 곧장 한국으로 와 외환은행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와 담판을 벌였다. 코메르츠은행은 당초 예상대로 98년 외환은행에 2억7천300만달러를 출자할 당시 정건용 금융정책국장 명의로 써준 외환은행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를 제시하며 우리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본지 7월24일자 1면기사 참조>
레머전무는 한국정부가 당시 앞으로 외환은행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우선 외환은행의 기존 고정이하 부실여신을 모두 털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매각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본확충을 위해 기존 대주주인 자신들과 한국정부가 각 3000억원 정도씩 증자에 참여하자는 입장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외환은행은 클린뱅크로 새로 태어나면서 BIS 비율은 10%를 넘는 우량은행이 된다.
이같은 코메르츠은행의 주장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위는 98년의 양해각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코메르츠은행이 도와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외환은행에 대한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곧장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재경부 및 금감위 관계자들은 “IMF 위기 당시 미국계나 일본계 은행들이 등을 돌릴 때도 코메르츠를 비롯한 유럽계 은행들은 끝까지 한국을 도왔으며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정부도 은혜로 까지 생각하고 있는 만큼 양해각서와 관계없이 코메르츠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나 금감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외환은행 경영 정상화에 대한 코메르츠와 우리 정부의 원칙 합의에도 불구, 부실정리에 따른 손실 분담, 증자참여 등이 이행되기 까지는 적지않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실여신 정리와 관련 외환은행은 5조원이 넘는 고정이하 여신중 선별 작업을 거쳐 CRV(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넘김으로써 자산 클린화를 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을 누가 책임지느냐가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코메르츠나 외환은행은 CRV 출자 등을 통해 정부도 손실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고통 분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자들은 로스세어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자들이 다른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나 제도적 근거를 내세우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실여신 정리에 따른 정부의 손실 분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모든 은행들에 적용되는 제도적 차원의 손실 이연처리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가 현재 주가가 액면가 이하인 외환은행에 액면가로 증자 참여를 하게 되면 이것이 로스세어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증자문제도 실무적으로 들어가 보면 간단치않다.
우선 기존 대주주인 한은 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정부중 누구 명의로 증자에 참여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한은의 전철환총재는 98년 4월 외환은행이 증자를 추진하던 당시 ‘중앙은행의 상업은행 출자 불가’ 원칙을 내세워 결국 수출입은행이 대신 들어가도록 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한은은 이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출입은행이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98년 4월 당시 수출입은행은 외환은행 출자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은으로부터 지원받은 바 있다.
증자시 프라이싱을 어떻게 하느냐도 관건이다. 외환은행 주가가 3000원에도 못미치고 있어 액면가로 하기가 쉽지않다. 그렇다고 액면가 이하로 시가증자를 하려면 제도적 걸림돌이 많은 것이 부담이다.
이같은 실무적 어려움에도 불구 정부가 외환은행에 대한 지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만큼 진통은 겪겠지만 증자나 부실여신 정리 등이 결국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자들의 관측이다.
한편 부실여신 정리나 증자가 이루어진다면 외환은행 입장에서도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필요하며 특히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경림행장은 최근들어 거듭 감량경영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행내에서는 1000명 안팎의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EB맨들에게는 또 한차례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부실여신 정리와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인력감축까지 마무리한다면 외환은행은 그야말로 깨끗하면서도 우량한 경쟁력 있는 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다른 부실은행들과 함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되기 보다 기존 우량은행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합병등 2단계 도약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