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들에게 하청받는 중견IT업체들도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금융권 전산담당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SI업체들은 기술 보유인력이 부족하자 주업무를 컨설팅에 국한시키고 실질적인 시스템 코딩업무는 IT업체에게 하청을 주고 있다. 하지만 IT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하청받은 업체가 소규모 IT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이른바 도미노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 기술인력들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작업을 진행시키다 보면 다른 사람이 작업에 참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인력이 모자라 학원생이나 무경험자들을 마구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SI업체들이 금융권 전산시스템 구축작업을 수주하는 방식은 크게 IT업체들과 컨소시엄을 이루는 방식과 주관사로서 독자적인 하청업체를 정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에 있어 SI업체들의 역할이란 단지 작업진행을 위한 컨설팅 정도이며 실질적인 시스템 코딩작업은 컨소시엄업체나 하청업체들이 도맡아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스템구축이 마무리 되고 오류가 발생해도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작업 행태는 최근 벤처열풍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핵심인력들이 모두 떠나버렸기 때문. 사실 전사차원에서 SI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일부 핵심인력들의 기술력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SI업체들이 인력부족으로 작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내부교육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영업인력만 더욱 확장한다는 데 있다.
SI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보다 영업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자기사업을 차리고 기술을 인정받는 벤처로 떠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전산작업은 업무성격상 대부분 3~4년 정도의 IT기술자나 금융권 작업 경험자만 선발하고 있다. SI업체와 IT업체들은 인력부족이 심각해지자 외부에서 무경험자를 끌어들이거나 작업중인 인력을 동원하는 등 땜질식 인력충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SI업체들의 편법으로 최근에는 금융권의 작업진행 형태도 변하고 있다.
증권사 한 전산담당자는 “효율적인 업무진행을 위해 전반적인 아웃소싱을 해오던 추세가 몇몇 SI업체들의 편법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며 “이제 어떤 작업이든 내부인력과 같이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차후 시스템 오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책임업체를 정해놓고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연 기자 syl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