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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 4원칙 발표…급류타는 은행 합병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6-08 09:18

조흥-한빛-외환등 `공적자금銀` 우선 대상

2단계 은행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다.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은행 합병등에 대한 몇가지 원칙을 확정하고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권 2차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방침과 이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 전문가들의 시각 등을 종합 정리했다. <편집자>

◇ 정부의 입장

정부는 7일 상오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은행 구조조정과 관련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기본적으로 은행 구조조정은 시장기능에 따라 추진하되 지주회사제 도입, 합병은행에 대한 인허가 우대 및 후순위채 매입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은행은 합병등 구조조정을 스스로 추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감위 진동수 상임위원은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의내용에 대해 보충 설명을 했다. 진 상임위원은 “오늘 회의에서는 특정은행을 지목해 논의한 것은 없으며 구조조정 속도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없었고 원칙에 대해서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은행의 경우 합병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대주주인 코메르츠은행과 합의를 할 것이며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이 추진될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는 한빛 조흥은행등이 포함되지만 우선주 매입등으로 지원된 평화은행은 제외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결국 2차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등 우량은행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에 맡기되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 한빛은행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방식으로 합병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외국계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나 노총이 대주주인 평화은행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은행권의 반응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원칙은 이미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된 내용이어서 금융계는 덤덤한 반응이지만 우량 은행들은 부실은행과의 강제 합병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우량은행 관계자는 “부실은행과 우량은행이 합병할 경우 정부가 기존 부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합병 후 발생하는 추가부실에 대해서도 풋백옵션 등을 통해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하는데 재정 형편상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밝혔다.

그러나 조흥 한빛 외환등 정부의 직접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등장한 이른바 공적 자금 투입은행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빛은행의 이수길 부행장처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에 대해 적극 지지하는 입장도 있지만 위성복 조흥은행장이나 김경림 외환은행장등은 모두 부정적이다.

이수길 부행장은 평소의 지론대로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한빛-조흥-외환은행의 합병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방안이며 정부가 기존 부실여신을 인수해 주고 부실채권 매각손만 처리해 준다면 합병은행은 리딩뱅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3개 대형은행을 일본처럼 단순히 병렬식으로 엮는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코스트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행장은 “지금 시점에서 은행 합병을 논의하는 것은 직원들의 불안을 가중시켜 기업자금난을 심화시킬 뿐이며 몸집 불리기식의 합병 보다 금융다각화 추세에 맞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은 이른바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대주주인 정부나 코메르츠은행과 합병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는 “부실은행간 합병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 전문가들의 시각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밝힌 2차 은행 구조조정에 원칙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량은행들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정한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공적 자금 투입은행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공적 자금 투입 은행중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큰 지방은행이나 노총이 대주주인 평화은행, 또 외국계 은행이 버티고 있는 외환은행등의 경우에는 정부로서도 개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결국 2차 구조조정의 우선 대상은 조흥은행과 한빛은행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장 손쉬운 대상으로 지목한 조흥 한빛은행의 합병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두 은행의 합병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 자금 투입은행들의 구조조정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 미즈호그룹의 예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지주회사 방식으로 이들 은행을 묶는 것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시장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시늉만 하는 것에 불과할 뿐 이라는 것. 한 전문가는 “조흥 한빛은행이나 여기에 외환은행을 추가해 지주회사 방식으로 묶을 경우 당장 인력이나 점포를 줄이는 것도 아니고 부실여신을 추가로 정리하는 것도 아니어서 효과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지주회사 방식의 합병을 통해 전산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한빛 조흥은행의 순수 전산 투자비용은 연간 500억~6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전산 메인프레임이 다른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오히려 코스트와 비효율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조흥 한빛은행에 대해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하려면 차라리 상업 한일은행의 경우처럼 확실하게 하나로 합치고 인력과 점포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한편 정부가 공적 자금을 충분하게 지원해 클린뱅크로 만드는 것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차라리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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